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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책 사려고 줄 서니 눈물"… 전국 곳곳서 '한강의 물결'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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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신드롬 ◆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한강(53) 신드롬이 서점가를 넘어 대한민국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한강 책은 노벨상 발표 시점인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후 2~3시까지 만 하루도 안 돼 30만부 이상 팔렸다.

한강 열풍은 발표 다음날인 11일에도 이어져 도처에서 줄을 서서 책을 사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해외 문단에서도 이틀째 찬사가 쏟아지며 K컬처 열풍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국내 양대 서점인 예스24와 교보문고는 각각 11만8000부, 10만3000부, 알라딘은 7만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트렌드와 자기계발서를 밀어내고 한강의 소설이 싹쓸이하고 있다. 주문 폭주로 한때 사이트가 마비됐던 인터넷서점 알라딘 집계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노벨상 발표 뒤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1분당 18권씩 팔렸다. 특이한 점은 대표작뿐 아니라 초기 시집과 최근작을 비롯해 거의 모든 한강 작품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한강의 주요 저작물을 소유한 국내 문학 출판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터트리고 있다. 창비 관계자는 "수상 직후 '채식주의자' 4000권, '소년이 온다' 1만2000권이 순식간에 팔렸다"며 "인쇄소를 최대로 가동해 물량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30 젊은 세대가 독서를 멋진 행위로 인식하는 '텍스트 힙' 열풍이 노벨문학상 쾌거와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젊은 독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점가 사진을 공유하며 "독붐(독서 열풍)이 온다"며 "책을 사려고 줄을 서다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적었다. 광화문의 한 서점에서 만난 대학생 최 모씨는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먹고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았는데 문학으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다음달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강의 소설 지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강의 고향인 광주와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고향 전남 장흥에서도 노벨상 수상의 위업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성 장흥군수는 한강과 한승원 작가 기념관 건립에 대해 의지를 표명했다. 한강의 소설은 다른 장르와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그에게 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는 각각 영화와 연극화를 추진 중이다.

세계 문단의 찬사도 계속됐다. 영국 부커상 측은 "엄청난 소식"이라며 환영했다. 내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맥스 포터는 "한강은 특별한 휴머니티 작가이자 필수적인 목소리"라고 영국 가디언에 전했다. 소설 '흰'에 서평을 쓴 소설가 데버라 레비는 "한강이 가장 심오하고 숙련된 현존 작가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향휘 선임기자 / 박윤예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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