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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제주 기마대는 말 무덤? 10마리 중 6마리 죽거나 방출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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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가능함에도 5일 만에 안락사시키기도
현지홍 "말 고장 제주에서 기마대는 '말 무덤'"
한국일보

제주자치경찰 기마대가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 제주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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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치경찰 기마대 소속 말들의 복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들은 치료 가능한 말의 안락사를 중단하고 말 복지 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11일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등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이달 8일 열린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2003년 제주자치경찰 기마대 창단 이후 말 31마리 가운데 21마리가 질병 등으로 폐사 또는 방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최근 5년간 5마리를 안락사시켰는데 이 가운데는 치료와 휴식을 통해 호전될 수 있음에도 안락사된 경우도 있었다.

안락사된 5마리 중 1마리만 장 꼬임이었고 나머지 4마리는 제골염, 제엽염 진단을 받았다. 제골염은 발굽 안에 있는 제3지골 끝부분에 염증이 일어나 뼈의 손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며, 제엽염은 말의 다리에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휴식과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달 제골염 진단을 받은 말은 단 5일 만에 안락사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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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6년간 서울경찰기마대에서 활동하다 기승훈련을 거부해 행사와 순찰활동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승마장에 팔려간 서러브레드종 말.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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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19조에 따르면, 기마대는 수의사 진단 후 3∼5개월 동안 휴양기간을 두고 수의사와 기마대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며 "이후 안락사를 결정해야 함에도 규정마저 무시하며 말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사무 감사 과정에서 기마대장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지홍 제주도의회 의원이 치료 가능한 말의 안락사 문제를 지적하자 기마대장은 "안락사는 말을 위해서도 좋은 것", "아픈 말은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안락사가 좋다"고 답해 비판을 받았다.

단체들은 "기마대 말들이 제주도의 치안 유지, 관광 활성화, 응급환자 이동 봉사 등 제주도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치료는커녕 랜더링(고온·고압 처리)돼 대부분 반려동물의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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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홍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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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왕립 기마경찰, 네덜란드 경찰 기마대 등 해외의 경우 전문적인 건강관리와 함께 말들의 스트레스 및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말 중심의 훈련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심리치료까지 제공하며 은퇴 이후에도 남은 삶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의원은 "기마대에게 말은 함께 일하는 동료임에도 이 같은 처우가 이뤄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제주가 말의 고장이 아니라 '말 무덤'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할 수 있는 말임에도 안락사가 동물복지라는 기마대장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말의 처우개선 등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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