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1 (금)

[단독]“한강의 강점은 사람의 ‘진심’을 드러내는 용기…노벨문학상 받을 줄 확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강 4개 작품 프랑스어로 번역한 피에르 비지우

동아일보

소설가 한강의 작품 네 편을 프랑스어로 공동번역한 피에르 비지우. 그는 10일(현지 시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줄 알았다”며 감격했다. 프랑스 몰라 서점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받을 줄 확신했어요(Il était évident que Han Kang recevrait ce prix)!”

10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번역가 피에르 비지우 씨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감격에 찬 목소리로 기뻐했다. 한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최경란 번역가와 공동 번역했던 그는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수상 소식을 듣고 눈물부터 났다”고 했다. “정말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비지우 씨와 한 작가의 인연은 무척 특별하다.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상(외국문학부문)을 수상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공동 번역했으며,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의 프랑스 출간에도 참여했다. 그는 한 작가 작품을 포함해 ‘82년생 김지영’ 등 한국 작품만 10권 넘게 번역했다. 영어권에 비해 한국 문학이 덜 알려진 프랑스 문단에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 주역인 셈이다.

●“한강은 ‘진심’을 드러내는 용기 지녀”

비지우 씨는 “세계 문학에서 최고의 상인 노벨문학상을 한강이 받을 건 분명했다”며 “스웨덴 한림원이 한 작가의 ‘독특한 자질’을 일찍이 알아봐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한강의 독특한 자질이란 뭘까.

“내밀한 고통(douleurs intimes)에 대한 탐구와 현대사를 결합한 점이죠. 한강의 강점은 바로 이런 용기, 사람들의 진심(sincérité)을 드러내는 용기에 있어요.”

제주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나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처럼 아픈 현대사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진심을 잘 표현해냈다는 게 비지우 씨의 설명이다.

비지우 씨는 한 작가의 작품 출판에 참여하다가 문장에 반해 직접 ‘번역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한강의 작품을 번역할 기회를 갖게 된 건 ‘새로운 문’을 여는 것 같았다”며 “그건 한 작가가 우리에게 준 엄청난 선물(cadeau immense)”이라 했다. 한 작가의 작품이 프랑스어권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는데 자신도 기여할 수 있어 고마웠다는 뜻이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 작가의 소설은 ‘소년이 온다’라고 한다. ‘흰’은 “재능의 정수(quintessence du talent)가 집약된 매우 까다로운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한 작가의 작품은 모두 훌륭하나 “독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한강의 작품 세계를) 발견해 가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어 표지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韓 소설들, 불꽃으로 피어날 것”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덕에 여타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프랑스어권에서 큰 호응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 문학이 프랑스 및 프랑스어권 국가들에서 ‘빛’을 발할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며 “노벨문학상 수상이 ‘불꽃’이 돼 빛으로 솟아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제2의 한강’ ‘제3의 한강’이 나오기 위해 한국 문학계가 전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비지우 씨는 “지금 중요한 건 한국 작가들이 진정성(authenticité)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한강처럼 명성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상업적 성공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쓰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 문단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작품을 프랑스 독자들에게 많이 알리려면 무엇보다 (프랑스 독자들이) 한국 작가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었어요. 오랫동안 비밀(confidentielle)스럽게 남아 있었죠. 하지만 이제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문학의 저력이 꽃을 피우는 거죠.”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