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인력 5700여명 대상...조직 구조 개편
'AICT' 도약 위한 경영 효율화 결단 풀이
갑작스러운 큰 변화에 내부 반발도 상당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후 첫 인력 조정을 단행한다. 자회사 두 곳을 신설해 4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전환 배치하고, 동시에 특별희망퇴직도 진행해 추가 인력 감축을 꾀한다. 예정대로 개편이 진행될 경우 상반기 기준 1만8617명인 KT의 직원 수는 1만2000여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김영섭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인공지능(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 타 통신사 대비 많은 인력이 있는 KT의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취임 당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고 약속한 것은 다소 빛이 바래게 됐다.
김영섭 대표의 결단…직원 수 대폭 줄인다
11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대표는 현재 1만8617명인 KT의 직원 수를 1만2000여명까지 축소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인력 조정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전날 KT노조 등에 공유한 '현장 인력구조 혁신 방안'에 따르면 선로·전원 등 통신·방송 관련 설비 관련 작업을 하는 현장직과 고객상담관리(콜센터) 관련 인원 등을 중심으로 최대 57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줄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1월 1일 신설 예정인 두 곳의 자회사를 통해 총 3780명 정도의 인력을 전환 배치한다. 해당 자회사들로는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와 고객전송·개통 AS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시공과 도서산간 무선통신 운용·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배치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170명 정도의 고객상담관리 관련 인원은 KT IS와 KT CS로 재배치될 계획인데 이들은 KT의 기존 자회사들이다.
이와 함께 이들 직군을 대상으로 특별희망퇴직도 진행할 계획이다. 희망퇴직 대상이 되는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 수는 약 5700명 수준에 달한다. 즉 이들은 특별희망퇴직과 자회사 전환배치, KT 잔류 중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KT에 잔류할 경우 기존 업무를 계속할 수 없으며 광역본부 직속으로 배치돼 B2B·B2C 영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직무전환이 필수인 셈이다. KT는 이 같은 계획을 오는 15일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KT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9월 말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AI·클라우드 협업을 본격화한 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지난 10일 열린 MS와의 협업 계획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로 한국형 AI·클라우드 구축과 AX(AI 전환) 전문기업 설립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영섭 대표가 AI 중심으로 도약하는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만큼 KT는 당분간 AI에 상당한 금액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AICT' 비전을 실현하는 데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지 않은 현장 직군을 대상으로 인력 조정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자회사 설립 후 전환배치의 경우 최근 플랫폼·게임 등 다른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인건비 절감 등의 목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KT 인력 규모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 통신사 대비 많다는 점도 김 대표의 이번 결정의 한 이유로 풀이된다. 비대한 KT 조직 규모를 경쟁사 수준으로 '다운사이징'하려는 행보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 5431명이 근무 중이며, 유선 인터넷과 IPTV를 맡는 SK브로드밴드(2485명)를 합치더라도 1만명을 넘지 않는다. LG유플러스는 상반기 기준 1만469명의 직원이 재직하고 있다.
외부 출신 CEO, KT 잇따라 '구조조정'…김영섭도 전철 밟을 조짐
KT는 그간 외부 출신 인사가 대표로 취임했을 때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다운사이징을 해왔다. 지난 2009년 취임한 이석채 전 회장과 2014년 취임한 황창규 전 회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석채 전 회장은 임기 후반부인 2012년 대규모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올레 경영 2기'를 선언하며 통신 이외 다른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탈통신' 비전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약 6000명의 인원을 줄였다. 급격하게 인력 조정을 하다 보니 부당해고 논란도 일었다.
황창규 전 회장 역시 임기 동안 약 8500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했다. 황 전 회장은 취임 첫 해부터 특별명예퇴직을 단행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건비 절감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8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KT를 떠났는데, 주로 KT를 15년 이상 다닌 장기근속자들이 많았다. 황 전 회장 역시 인력 조정의 주된 이유로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했고, 따라서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KT의 직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 왔다. 이석채 전 회장 임기 말인 2013년 기준 3만1592명이었던 KT의 직원 숫자는 황창규 전 회장 임기 말인 2019년 말에는 2만2810명까지 감소했다. 이후에도 매년 1000여명의 인원이 정년퇴직하는 등 자연스럽게 인원이 줄면서 2022년에는 2만명 아래까지 떨어졌다.
외부 출신 대표의 인력 감축 기조는 결과적으로 김영섭 대표 체제하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는 김 대표 취임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김 대표는 LG CNS 대표를 지내던 시절부터 쭉 '재무통'으로 거론돼 왔다. 이는 그가 지난 2015년 LG CNS 대표 취임 이후 실적이 나지 않는 자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 경영 개선에 나섰다는 점도 반영됐다. 김 대표 취임 동안 LG CNS의 수익성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 KT 대표 취임 당시 김 대표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말이 바뀌게 됐다.
이처럼 KT가 대규모 인력 축소 계획을 발표하면서 곳곳에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KT의 제1노조인 KT노조는 다음 주 중 사측을 대상으로 집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KT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해당 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며 차주 중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전국민주동지회도 성명서를 내고 "현장 직무 폐지와 자회사 전출, 명예퇴직 시행, 잔류인력에 대한 발령 계획 등 2014년도 구조조정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구조조정안이 준비되고 있다"며 "KT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안을 철회시키기 위한 결사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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