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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피벗'..."부동산 시장엔 금리인하 기대 선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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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4.10.1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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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기조 변화)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며, 유동성 확대에 따른 주택 거래 증가,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하지만 9월 이후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비롯한 대출 제한이 이어지고 있어 당장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묶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9월 이후 정부의 금융정책 규제와 대출금액 제한으로 심리가 꺾인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적다”며 “매매·전세 시장의 약보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오늘 5%인 대출금리가 내일 4.5%가 된다고 해서, 집을 살 계획이 없던 사람이 급히 집을 매수하지는 않는다”며 “지금은 금리보다 개별 차주에게 필요한 만큼의 대출이 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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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906건에 달했지만, 8월 6161건으로 줄었다. 이날 현재까지 신고된 9월 거래량은 2285건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서울 아파트값 동향 조사 기준으로 9월 둘째 주(0.23%) 이후부턴 3주 연속 상승 폭이 줄었고(0.16%→0.12%→0.10%), 이번 주는 보합(0.10%)을 나타냈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있기 때문에 당장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내린다면 주택 매수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지역과 상품에 따라 차별화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고가 주택 시장은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거래는 줄더라도 호가로 거래되면서 연내에도 추가적인 상승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규제로 최근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다소 둔화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분양 시장에서 잔금 납부 시기의 금리가 중요한데, 지금 새 아파트 분양을 받으면 2026~2027년에 잔금을 내게 된다”며 “한은의 이번 피벗으로 2~3년 후 금리가 지금보다는 더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나타나면서 분양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최근 전국 미분양 주택이 2개월 연속 감소(7만4037→7만1822→6만7550가구)하고 있는 상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침체에 빠진 건설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금리로 부실 위기에 빠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져 주택 공급 확대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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