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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89만원까지 치솟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영풍 “빚 2.7조 떠안을 것”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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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인상

동아일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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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고자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 원으로 기존 대비 6만 원 인상했다. 고려아연의 지분을 1.85% 보유해 이번 분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기존 3만 원에서 3만5000원으로 끌어올렸다. 최 회장 측과 75년 동업을 끝내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에 돌일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 인상을 결정했다. 이달 4일에는 고려아연 주식 1주당 83만 원에 사들이겠다고 공모했으나, 이를 7.2% 인상한 89만 원으로 재공시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에는 전체 발행주식에 약 18%를 목표로 했으나 이번에는 약 20%로 확대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약 3조6852억 원에 이르게 됐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16.7% 올렸다. 최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이러한 내용을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했다. 만약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1.85%를 빼앗아 가져오는 식이 돼 사실상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불리는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수성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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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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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은 1주당 66만 원, 영풍정밀은 2만 원에 공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과열되면서 주가가 오르자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 측은 경쟁적으로 공개매수가를 올렸다. 영풍‧MBK 연합이 지난달 26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75만원, 영풍정밀은 2만5000원으로 인상하자 최 회장 측은 이달 초 고려아연 83만 원, 영풍정밀은 3만 원으로 올리며 응수했다. 이달 4일에는 영풍‧MBK 연합도 최 회장 측과 공개매수가를 똑같은 액수로 제시하며 맞불을 놨다. 결국 66만 원으로 시작했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양측의 ‘치킨게임’ 탓에 한 달 새 34.8% 치솟은 셈이 됐다.

최 회장 측이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올린 것은 공개매수 종료일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마감일은 각각 21일과 23일이다. 만약 공개매수 종료일을 열흘 미만으로 남긴 상황에서 매수가를 올리면 종료일을 연장하도록 규정이 돼 있다. 주말을 고려하면 11일에는 공개매수가를 올려야 종료일 변동이 없을 수 있기에 이날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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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이사회를 열고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로 꼽힌다.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2024.10.07.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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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으로 최 회장 측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고려아연 83만 원, 영풍정밀 3만 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게 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를 영풍‧MBK 연합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자칫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은 14일로 최 회장 측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만약 같은 가격이라면 더 빨리 구매하겠다는 영풍‧MBK 연합 측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주가 과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가만히 있다가는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 회장 측은 결국 매수가를 다시 올렸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자사주 매수가를 올렸음에도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방식이 투자자들의 절세 측면에서는 여전히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을 가봐야 승패의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지적이 나온 이튿날인 이달 9일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가 인상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에 증액된 공개매수 규모인 3조2000억 원(고려아연의 우군인 베인캐피탈의 매수 규모는 뺀 수치)은 고려아연의 지난 5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97.1%이고, 지난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152.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라며 “이사회의 이러한 결정이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고려아연은 2조7000억 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며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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