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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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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의선과 나눈 '기술유출 엄벌' 대화…檢 남양연구소 방문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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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3월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전기차동력계 시험실의 4축 동력계 시험실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대상으로 각종 시험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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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이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범정부 기술 유출 대응 강화 기조에 따라 현장을 견학하고 연구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는 차원이다.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자리는 지난 5월 28일 셰이크 사우드 알 모젭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총장의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 방문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고위 검사가 나눈 대화를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정 회장은 검찰과의 대화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고 연구개발(R&D) 투자가 급증하는데, 산업 기술 유출이 기업 경영과 국가 경쟁력 유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중국 등 해외와 경쟁하기도 바쁜데 기술 유출 범죄가 연구 의욕을 많이 꺾는다. 검찰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엄벌에 처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날 남양연구소 방문 행사에는 허정 대검 과학수사부장(검사장), 박건영 대검 법과학분석과장, 이지연 대검 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장, 홍훈모 대검 기술유출수사지원센터장(수사사무관),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장, 심형석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장 등 8명이 참석했다. 검찰이 국내 R&D 현장을 직접 견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차 측은 김동욱 전략기획실장(부사장) 등 대관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검찰과 현대차 대관은 기술 유출 범죄 수사지휘가 대검 반부패수사부에서 과학수사부 소관으로 넘어온 2022년 전후 꾸준히 소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R&D 핵심 기지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연구소다. 축구장 480개 크기의 347만㎡ 부지에서 약 1만4000명이 근무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기술 유출 사범은 현대판 매국노”라며 “현장에 직접 방문해 연구진의 노력을 배우고 기술적인 설명을 듣는 것이 일선 검사들의 수사 의지를 북돋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기술 유출 범죄로 기소된 인원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 혐의인 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2021~2023년 연간 30명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1~9월 53명을 기록했다. 그간 무죄·집행유예 선고가 많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던 법원에도 최근 엄벌 기조가 생겼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1심 유기징역 선고는 48건 중 25건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징역형 처분이 22%p 오른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국외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을 최대 징역 18년으로 상향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특허청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엄정 대응에 나섰다. 대검은 올 하반기 처음으로 전국 기술 유출 전담검사 65명과 전담수사관 91명을 대상으로 전문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달 말 관계기관 수사관들, 다음달 중 검사 약 15명씩을 모아 첩보·수사 사례와 전문 지식 교육, 보안 강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현대차 간담회를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 현장 방문도 추진 중이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반도체 등 기술 유출 전담 조직을 만들어 수사기관과 협업 중인 삼성전자가 유력하다. 앞서 대검 과수부는 지난 7월 2일 서울 서초동 부근에서 삼성전자 기술 유출 전담 변호사들과 직원, 법무팀 등을 만나 기술적·법적 자문을 주고받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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