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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연합시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한국 문학 도약의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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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한 소설가 한강
사진은 2023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에서 강연 중인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건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이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한 작가는 인도의 타고르,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오에 겐자부로, 중국의 모옌에 이어 5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강의 수상은 작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그의 작품을 총평했다. 한국 현대사 특유의 상처와 아픔을 형상화하면서 죽음·폭력과 같은 인간의 문제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켜온 작가의 노력이 세계인의 보편적 공감을 끌어낸 것이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항쟁의 비극을 세 여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가 이 같은 평가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일 것이다. 1994년 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한 한강의 이름이 국제사회에 알려진 계기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이었다. 이후 해외 유명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면서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는 평가를 일찌감치 받아왔다.

이번 수상은 변방으로 취급받던 한국 문학이 세계로부터 당당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작가 개인의 역량 못지않게 한국 문학의 수준과 깊이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평가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음지에서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해온 번역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에 주목해야 한다. 작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미묘한 뉘앙스와 의미를 살려주는 번역이 없으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한국을 노벨문학상 수상 국가의 반열에 올리기 위해 꾸준히 번역 지원에 나선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등의 공이 컸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흥행,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스타의 세계적 인기몰이에 이어 갈수록 커지는 K문화의 영향력을 알린 쾌거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순수 문학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한반도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문화적 성취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대목은 세계적 호평과는 달리 국내적으로 우리 문학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점이다. 정부가 작가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부족한 번역 인프라를 강화하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한국 문학이 다시 꽃을 피우려면 국민이 보다 많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강의 기적'을 계기로 제2, 제3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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