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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글로벌 보폭 넓히는 재계 총수들…먹거리 확보·위기 대응 직접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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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글로벌 현장 경영 시동
높아진 위기감에 "나부터 앞장서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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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이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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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총수들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키워드는 먹거리 확보와 위기 대응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중 중동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방문지로 거론되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이다. 중동 국가들이 SK이노베이션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지역인 만큼, 다음 달 출범하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회사와 관련해 비즈니스 협력 관계를 다지는 차원에서 이번 출장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유·석유화학 등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과 천연가스 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SK E&S가 합병하면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최 회장은 미래 먹거리도 점검할 전망이다. 강력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인공지능(AI)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동 국가들과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도 새로운 AI 시장으로 중동을 지목,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해 경쟁력 강화 차원의 투자를 적극 펼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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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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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최 회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재계 총수가 신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각사 경영진 회의 통해 사업 전략이 수정된 하반기부터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재계 총수들은 회사를 둘러싼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경고하며 직접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 회장의 경우 지난달 글로벌 경영 환경 점검 회의를 열고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촉을 높이 세우고 기민하게 대응하자"며 "나부터 더 열심히 앞장서 뛰겠다"고 말했다.

최근 발걸음이 빨라진 대표적인 재계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그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과 신사업 진행 사항을 면밀하게 점검한 뒤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신 회장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신 회장은 지난달 폴란드와 벨기에에 있는 글로벌 식품 생산거점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며 "매출 1조원 메가 식품 브랜드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같은 달 영국도 방문해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을 만나 디자인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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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가나 수훔 지역의 카카오 농장을 찾아 카카오 재배 환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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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 회장은 지난 8일 식품사 경영진과 함께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해 카카오 농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위기 대응력을 강화하려는 조처다.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가 폭염·병해로 인해 작황 부진에 시달리자 직접 공급망 점검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신 회장은 웸켈레 메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 사무총장을 만나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른 아프리카 시장의 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재계 1위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위기 타파를 위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미래 먹거리인 MLCC 사업을 점검했고, 경영진을 향해 AI·로봇·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 회장은 북미·유럽 출장에서 빅테크 기업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갖는 등 삼성의 글로벌 위상과 미래 기술 경쟁력을 점검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 참석한 뒤 폴란드로 이동, 현지 매장과 연구소, 가전 생산공장 등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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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있는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을 찾아 MLCC 제품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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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사우디를 찾았다. 그룹의 강점인 문화 역량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터·미디어 시장 관련 정부 지원이 많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우디를 지목한 것이다. 이 회장은 문화·관광부 수장 등 사우디 국가 개발 계획 '비전 2030'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들과 만나 문화 산업 발전과 이를 위한 양자 협업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 회장은 "엔터테인먼트·음악 등 CJ그룹의 문화 산업 노하우와 사우디의 문화 자원·잠재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총수들은 최근 경제사절단을 통해 민간 경제 외교에도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이를 계기로 방문한 현지에서 사업 확대 차원의 개별적인 비즈니스 일정도 수행 중이다. 지난달 체코 방문에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모두 동참했다. 이달 초 필리핀·싱가포르 경제사절단에는 이 회장과 정 회장 등이 포함됐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사업 구조는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총수들이 해외 일정을 늘리며 현장 점검, 협력 강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는 동시 효과를 가져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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