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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국제법 아랑곳 않는 이스라엘…유엔군 기지 3곳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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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과 국경 쪽 유엔군 본부에 탱크 공격 2명 부상,
이탈리아 기지 2곳도 폭격 "보안 카메라 노리고 발사"…
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 '국제법 위반' 비판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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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레바논 국경 내 유엔평화유지군 기지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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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 지도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유엔평화유지군(UNFIL)이 이스라엘군 탱크 폭격에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프랑스, 튀르키예 등 유럽 주요 국가 당국은 즉각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 성명을 내놨고, 미국 백악관도 우려를 표명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폴리티코·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레바논 남부에 있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기지 3곳에 폭격을 가해 국제평화유지군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다친 유엔군은 인도네시아인이고, 부상 정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평화유지군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탱크가 레바논 남서부 도시 나쿠라에 있는 본부의 관측탑을 향해 발포했고, 평화유지군 2명이 상처를 입고 치료받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은 또 인근의 다른 이탈리아 기지 두 곳에도 포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유엔 군인들은 이스라엘군이 보안 카메라를 "고의로 발사하고 무력화했다"고 했다. 1970년대에 창설된 유엔평화유지군은 2000년 유엔이 설정한 이스라엘과 레바논 경계선인 블루라인에 주둔하며 해당 지역의 치안 회복 임무를 수행해 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성명에서 "헤즈볼라 테러리스트들이 유엔평화유지군 초소 인근 지역에서 활동한다"며 "오늘 아침(10일) 이스라엘 방위군(IDF) 병력이 유엔평화유지군 기지 옆 나쿠라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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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레바논 국경 내 유엔평화유지군 기지 3곳이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유엔군 기지 /사진=워싱턴포스트(WP)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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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유엔 대사는 "우리는 헤즈볼라와 싸움에 집중하고 있고 유엔평화유지군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전투가 심화하고,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블루라인의 상황이 불안정하다. 이런 위험을 피하고자 유엔평화유지군이 북쪽으로 5km 이상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엔평화유지군의 안드레아 테넨티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앞서 블루라인을 따라 (유엔군의) 위치 이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레바논 남부에 유엔기가 게양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위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지역에서의 작전 수행을 위해 유엔군에게 보호 공간에 머물 것을 사전에 알린 뒤 공격을 감행했다며 "IDF는 유엔평화유지군과 일상적인 통신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평화유지군은 "이스라엘군은 유엔군이 대피하고 있던 벙커 입구를 타격하고 국경과 가까운 평화유지군 초소의 장비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제법 위반' 비판 성명…미국도 "유엔군 안전 위협 안 돼"

이탈리아 국방부는 레바논 내 기지 공격 소식 이후 주이탈리아 이스라엘 대시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국방부 장관은 "유엔평화유지군 기지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발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번 발포에 대해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유엔평화유지군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한다. 평화유지군을 보호하는 건 모든 분쟁 당사자에게 부과된 의무다. 프랑스는 당사국들이 이런 의무를 존중하고, 이들의 이동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스라엘 당국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도 "이스라엘이 가자, 서안지구(웨스트뱅크), 레바논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데 이어 유엔군을 공격한 것은 자국의 범죄에 대해선 처벌이 없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백악관도 우려를 표명하며 이스라엘 측에 이번 상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헤즈볼라 인프라를 파괴하기 위해 블루라인 근처에서 표적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이 이런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유엔평화유지군의 안전과 보안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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