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 분야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1조원 가까이 베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을 ‘반도체 시장’으로 인식하며 삼성전자에만 주로 투자했던 포트폴리오를 바꿔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때문에 반도체에만 투자금을 몰아넣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미군 해외비교성능시험에 참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UGV 아리온스맷.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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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중 지난 7월부터 이달 4일까지 외국인이 지분율을 1%p 넘게 올린 곳은 17개사다.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많이 올라간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 기간 지분율이 5.69%p 상승했다. 하반기 국내 상장사 중 외국인 지분율이 5%p 넘게 상승한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이다. 금액으로는 1380억원의 외인 자금이 몰렸다. 상장주식 수(4558만1161주)를 고려하면 260만주가량을 매수한 셈이다.
2%p 넘게 지분율이 높아진 곳은 알테오젠(2.85%‧4281억원), LG전자(2.82%‧4609억원), 크래프톤(2.12%‧3270억원) 3곳이다. 제약사 알테오젠은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개발 중인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에 이 회사 기술이 적용돼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외국인들이 하반기 들어 선호한 기업이다. 9441억원어치를 매수해 지분율을 1.3%p 끌어올렸다. 투자 금액 기준으로 보면 하반기에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하락하며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경기 방어주 성격의 기업들에도 외인 자금이 쏠렸다. 우리금융지주(1.91%‧2297억원), KT(1.28%‧1267억원), KT&G(1.28%‧1228억원), SK텔레콤(1.21%‧1403억원)의 외인 지분율이 1% 넘게 올랐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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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하반기부터 외국인 자금이 다른 투자 대상기업을 물색했고 방산과 바이오 등 일부 업종으로 자금이 움직였다고 본다.
양해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해 투자금을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전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산기업과 미국이 생물보안법으로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규제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선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국내 시장을 반도체주 중심으로 투자했던 외국인이 삼성전자의 기대 이하 실적을 반영해 자금의 일부를 방산과 바이오 등으로 옮긴 것”이라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방산이 더욱 외국인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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