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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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묶었다. 이날 한은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를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하게 됐다.
이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에 안착했고, 민간 소비 등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 우려가 커지는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됐다”며 “금리를 인하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인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반면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 우려는 커졌다. 지난 8월 한은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0.1%포인트 내린 데 이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춰잡았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할 이유가 늘었다는 의미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에 대해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 8월 전망(성장률 올해 2.4%ㆍ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 불안이 피벗의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2.0%포인트 차였던 한·미 금리 역전차는 1.5%포인트로 좁혀지면서 금리 운용에도 숨통이 트였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
다만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로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총 0.75%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 증가세 등에 여전히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수와 수출, 금융안정 사이의 상충관계는 과거 정책 기조 전환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고민스러운 정책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은 이러한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고 균형 있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화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체감 경기나 소비에 도움이 되려면 채권 등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낮아져야 한다”며 “이미 시장금리는 1~2회 기준금리 인하를 가정해서 낮아진 상태인데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이유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산금리를 계속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곽재민ㆍ오효정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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