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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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사수를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11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 가격을 동시에 올렸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더는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라, 이제 투자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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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자사주 매수가 83만→89만원
이날 고려아연은 자기주식(자사주) 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5.5%(320만9009주)에서 17.5%(362만3075주)로 확대했다. 공동매수자인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의 물량 2.5%를 더해 최대 20%를 사들이겠단 목표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은 기존 2조6635억원에서 3조2245억원으로 5610억원가량 늘었다. 베인캐피탈의 자금 규모도 기존 약 4000억원에서 4600억원으로 늘었다. 최 회장 측이 지난 2일 제시한 3조1000억원짜리 ‘반격’이 3조7000억원 규모로 늘어난 것이다. MBK·영풍 측의 주당 83만원보다 가격을 확실히 높이고, 매수 물량도 확대해 일부 주식의 청약 불발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실질 유통 물량을 20% 미만으로 보고, 사실상 전부 사들이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위치한 빌딩으로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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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보트’ 영풍정밀 가격도 올려
최 회장 측은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도 올렸다. 최 회장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시했다. MBK 측 공개매수가 3만원보다 5000원 더 높였다. 매수 수량은 당초 25%를 유지한다고 공시했으나, 시장에선 기대 이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통 예상 물량이 43.43%인 걸 고려하면 최 회장 측에 청약했을 때 성공률이 약 58%로 떨어져서다. 실제로 이날 영풍정밀 주가가 6%대 하락하며 3만원 밑으로 떨어지자 최 회장 측은 오후에 다시 이사회를 열고 매수 수량을 35%로 확대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해 이번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꼽힌다. 현재는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여겨지는데, MBK·영풍이 차지하면 고려아연에서 3.7%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효과를 낸다. 고려아연이 계획한 대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최 회장으로서는 영풍정밀 경영권을 꼭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목을 축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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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 마무리…투자자 선택 남아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거의 마무리됐다. 양측의 경쟁 과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이후 MBK·영풍은 지난 9일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89만원으로 올린 데 대해 “시장 상황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것”이라며 “공개매수 이후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물량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온라인 청약이 가능한 KB증권도 주관사에 추가해 주주들의 청약 편의를 높였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모두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가가 더 높지만, 승리를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MBK 측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4일로 최 회장 측 종료일(고려아연 23일·영풍정밀 21일)보다 빠르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취지의 공세를 펴고 있다.
매수 물량도 변수다. 고려아연의 매수 물량은 최 회장 측이 많지만, 영풍정밀 매수 물량은 MBK 측이 더 많다. 주주 입장에선 모든 물량을 한쪽에 넘기지 못할 가능성 때문에 양측에 나눠 청약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과도한 지출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두 (주)영풍 사장,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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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진은 국가기간산업을 지킨다는 명분에서 MBK 측보다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는 대전역 광장에서 MBK 측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고려아연 노조는 “공개매수를 중단하지 않고 고려아연을 침탈한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고려아연은 “사모펀드의 기습적인 인수 시도로 시작된 모든 혼란이 빠르게 안정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자사주 공개매수는 지난 2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합법적인 절차이며, 이번에 취득한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 전체를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MBK·영풍 측은 이날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 절차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에 대해선 “전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MBK 측은 이날 고려아연의 발표로 늘어난 자사주 공개매수 규모 3조2000억원은 고려아연의 5년간 당기순이익의 97.1%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려아연이 향후 수년간 이익의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써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BK 측은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고려아연은 약 3조원의 부채를 떠 안게 된다”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귀중한 재원이 소모돼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선을·이병준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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