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유지했던 통화 긴축 정책을 끝내고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현 3.5%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종료된 것이다.
금통위는 물가와 경기·성장 측면에서 피벗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성장 부진이 지속된 만큼 38개월간 이어진 고금리 장기화를 끊어낸 것이다.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 등을 줄여줘야 민간 소비·투자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쳤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통화 긴축의 우선 고려 순위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목표치인 2%를 달성한 상황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향후 지난 8월 금통위 이후 피벗(통화정책 완화) 전제조건이었던 집값·가계대출이 추세적 둔화세로 이어질지 아직 확실치 않다는 꼬리표가 따라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긴 추석 연휴가 끼어 있는 9월 지표만 보고 추세가 전환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며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바로 10월에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정책 엇박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하지만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간 하루 평균 3451억원이 새로 취급됐다. 8월(3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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