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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단독]체코, 공식 입찰 개시 전부터 원전 수주 ‘금융협력’ 요청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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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수력원자력이 2021년 6월 무역보험공사 측에 보낸 ‘체코 신규 원전사업 금융분야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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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수주 사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공식 입찰 개시 전에도 ‘금융 분야 협력’을 요청한 정황이 확인됐다. “체코 측의 금융협력 요청이 없었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해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산업부는 ‘체코 측이 재정지원을 주요 입찰 요건으로 제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자 보고서 작성 기관을 조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체코 신규 원전사업 금융분야 협조 요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21년 6월14일 무역보험공사사장과 국제협력팀장, 에너지금융팀장 등을 수신자로 한 ‘체코 신규 원전사업 금융분야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한수원은 이 문서에서 “체코에 신규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위해 다양한 활동 및 노력을 추진 중”이라며 “관련해 체코 현지 최대 상업은행(CSOB)에서 한국 측과의 금융 분야 협력을 제안한바 해당 사업의 수주 가능성 제고를 위해 다음 사항에 대해 귀사의 검토 및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2022년 공식 입찰 및 협상 시행 예정”이라고도 했다.

한수원은 그러면서 무역보험공사와 CSOB 간 양해각서(MOU) 체결 협조를 요청했다. 세부내용으로는 “원자력 Financing(프로젝트 소요자금 조달) 관련 양사 간 협력, 체코 현지 진출 국내기업 금융지원 등”을 제시했다. 기타사항으로는 “체결 시기, 기타 MOU 내용, 서명권자 직책 등은 양사 간 협의”도 언급했다.

체코 정부는 2022년 3월 신규 원전 수주 사업의 공식 입찰을 개시했는데, 입찰 참여 의사를 피력한 우리 정부에 입찰 개시 전부터 금융협력 가능 여부를 타진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당시 요청은 무역보험공사와 CSOB 간 일정 조율 과정에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보험공사 측은 당시의 업무 추진 과정을 묻는 송 의원 측에 MOU가 무산됐다고 밝히면서 공문이 추가로 오고 간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체코 정부가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재정지원’을 주요 입찰 요건으로 제시했다는 내용의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근거가 된 보고서를 작성한 공공기관을 조치하겠다는 내용의 보도 설명자료를 냈다. 산업부 제공


산업부는 전날 경향신문이 체코 정부가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재정지원’을 주요 입찰 요건으로 제시했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근거가 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출장 보고서(지난 3월28일 출장)에 대해선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체코 신규원전 사업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과 다른 출장 보고서를 생산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대해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입찰 개시 전부터 체코 측이 금융협력을 요청해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산업부가 거짓 해명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산업부는 앞서 우리 정부가 대출지원 의향서를 체코 정부에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자 금융지원에 대한 체코 측의 요청은 없었다고 거듭 해명한 바 있다.

송재봉 의원은 “정부 해명과 배치되는 문건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며 “산업부는 정당한 검증을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며 비난만 하고 있을 뿐 국회 검증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이어 “관계 기관과 언론을 겁박하는 산업부의 행태 또한 이해 불가”라며 “지금이라도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체코, 원전 수주 협상서 ‘재정 지원’ 주요 입찰 요건으로 제시했었다
https://www.khan.co.kr/politics/defense-diplomacy/article/202410101515001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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