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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1심 벌금 10만원' 절도 피고인 불출석 상태서 2심 변론 종결…대법 "재판 다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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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석 재판 허용되는 '경미한 범죄'

선고형 아닌 법정형 기준으로 판단해야

1심에서 벌금 10만원이 선고된 사건이라도 피고인이 받고 있는 혐의가 불출석 재판이 허용되는 경미한 범죄가 아니라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2심 재판의 변론을 종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상 불출석 재판이 허용되는 경미한 범죄인지 여부는 실제 선고된 형량을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되고, 법정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아시아경제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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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장식용 조약돌 수십개를 훔친 혐의(절도)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원칙적으로 개정하지 못하며,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않은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정하지 않은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형사소송법 제276조(피고인의 출석권)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365조(피고인의 출정) 1항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했고, 2항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277조(경미사건 등과 피고인의 불출석)는 ▲다액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1호) ▲공소기각 또는 면소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2호) ▲장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다액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불출석허가신청이 있고 법원이 피고인의 불출석이 그의 권리를 보호함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하여 이를 허가한 사건(3호) 등을 피고인의 출석 없이 재판할 수 있는 경우로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370조(준용규정)는 '제2편 중 공판에 관한 규정은 본장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항소의 심판에 준용한다'며 2심 재판에도 위 규정들이 준용됨을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제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소환장을 송달받고도 출석하지 않자 형사소송법 제370조, 제277조 1호에 의해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해 증거조사 등 심리를 마친 다음 변론을 종결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용되는 형법 제329조(절도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항소심에서 불출석 재판이 허용되는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제1회 공판기일을 개정해 증거조사 등 심리를 마친 다음 변론을 종결했는바,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3년 5월 24일 아침 인천 미추홀구에서 산책을 하던 중 피해자 B씨가 미관과 물 빠짐 등을 위해 자신의 주택 현관 앞에 깔아놓은 흰색 장식용 조약돌 수십개(시간 5000원 상당)를 검정 비닐봉지에 주워 담아 가져가 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상당수의 조약돌이 없어진 걸 이상하게 여긴 B씨는 CCTV영상을 확인해 A씨가 조약돌을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골목에서 마주친 A씨에게 따져 물었는데, A씨는 "내가 갖고 간 게 맞는데, 그깟 거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말했다. 심지어 B씨가 즉시 조약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거부했고, 결국 B씨는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재판에서 A씨는 '주인이 없거나 버려진 물건이라고 생각해 가져간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절도죄 유죄를 인정,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물품을 가지고 간 경위, 취득 직후 피해자로부터 항의를 받았음에도 이를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가져간 점 등에 비춰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 첫 공판기일에 A씨는 출석하지 않았는데, 재판부는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변론을 종결한 뒤 선고기일을 잡았다.

재판부는 "현장사진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소유의 화단장식용 조약돌을 절취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며,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A씨의 항소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당시 조약돌이 놓인 장소와 형상을 보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주인이 없거나 버려진 물건이 아니라 나무 테크를 설치한 사람이 미관과 물 빠짐 등의 용도로 깔아 놓은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택 현관 앞 나무 데크 옆으로 삐져나온 조약돌을 발견하고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조약돌 수십개를 임의로 검정 비닐봉지에 주워 담아 가져간 점 ▲피해자의 반환 요구를 받고도 반환을 거부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에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며 A씨가 출석한 상태에서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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