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고개 숙인 임종룡 "회장 인사권 포기"…"기업문화 달라져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회장의 자회사 임원 사전협의 폐지"

이에 임원 192명에 대한 개입 불가능

사퇴 의사 질의에…"조직안정 필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또한 “절벽에 서 있다는 심정”으로 조직을 바꾸겠다고 약속하면서 우리금융 계열 자회사 임원에 대한 회장의 인사권을 내려놓는 등 강도 높은 쇄신책을 발표했다.

임 회장은 10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로 심려를 끼친 점 죄송하다”며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복잡한 금융을 따라가지 못했고, 윤리를 중요시하는 기업문화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하나·우리) 회장 중 국감에 출석한 사람은 현재까지 임 회장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을 인지해 올해 1~3월 1차 조사를 실시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께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금융당국에 전하진 않았다. 임 회장 재임 기간인 올해 1월엔 계열 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도 친인척 부당대출이 실행됐다.

아시아경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임 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회장의 권한과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회사 임원과 관련한 ‘사전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간 우리금융은 지주사뿐 아니라 계열사 임원을 임명할 때도 그룹 회장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했다. 이런 규정으로 회장의 권한이 커지면서 부당대출 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전합의제가 폐지되면 계열사 본부장급 이상 임원 192명에 대해 회장의 개입이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원의 친인척 부당대출을 막기 위해 그룹 전 임원의 친인척 신용정보를 등록하기로 했다. 또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위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자 한다”며 “그 직속으로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외부 전문가가 수장이 되는 감시 기능을 만들고 내부자 신고제도 통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신심사 관리 프로세스도 획기적으로 바꿀 방침이다. 임 회장은 “여신 감리조직을 격상하고 부적정 여신에 내부자 신고 채널을 강화하겠다”며 “이상거래에 대해선 전산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도 구축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 계열사의 부적정 여신은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제도나 시스템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며 “기업문화를 달리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교육을 해야 하고, 지속적인 점검을 해야 하고, 공정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임 회장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친인척 부당대출로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지금은 조직의 안정, 내부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취지의 질의에 대해선 “인사 개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이) 경영진의 각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