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우리국민 日여행 14만명 감소…엔화 강세 영향
전체 출국자수 감소했지만 여행수지 적자폭은 커져
1인당 여행 경비·전체 지출액 모두↑…"양극화 심화"
8월 휴가철에도 우리나라 여행수지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여행객이 일본행을 줄여 전체 출국자 수는 크게 감소했지만 일부 여행객들이 미주·유럽행 장거리 여행을 떠나면서 오히려 해외여행에 쓰는 지출은 올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 속에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8월 일본행 내국인 출국자 수는 61만2100명으로 지난 7월(75만7700명)보다 14만56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 역시 7%로 나타나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역대급 '초엔저'로 급증했던 일본행 여행이 한풀 꺾이면서다. 지난 1월 906.71원이었던 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 6월 874.32원까지 떨어졌다가 8월 925.99원까지 올랐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존보다 엔화 값이 5~10%가량 뛰면서 일본행 여행 거부감이 작용해 수요가 줄었다"며 "8월은 휴가철이 끼어 있어 장기 여행 수요가 더 크기 때문에 단기 여행에 적합한 일본행은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찾는 내국인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8월 전체 출국자 수도 급감했다. 8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 7월보다 14만2000명 줄어든 235만9550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입국자 수가 7월 140만8499명에서 8월 156만3221명으로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보다 출국자 수는 줄고 입국자 수는 늘었는데도 여행수지 적자 폭은 오히려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여행수지(수입-지급)는 14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7월(-12억6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해외여행에 지출한 1인당 경비와 전체 지출액이 7월보다 늘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으로 나간 여행객이 많이 줄어들면서 전체 출국자 수도 줄었다"며 "8월부터는 저비용항공사들이 장거리 신규 취항을 늘리면서 장거리 여행객 수가 많아져 지급액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8월 여객 수(유임+환승)는 미주 61만5675명, 유럽 44만9304명으로 7월(60만9646명·42만7058명) 수치를 모두 상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1만4812명·43만9546명)보다 많은 수치다.
8월 내국인이 외국에서 쓴 여행 지급액은 28억67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25억900만 달러)보다 크고 올 들어 최대치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부진이 심각한 가운데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8월 출국자 수는 경기 둔화 영향이 작용해 감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1인당 지출액이 늘어난 것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돈 있는 사람은 해외여행 가서 돈을 많이 쓰고 돈이 없는 사람은 여행조차 가지 않는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장선아 기자 sunris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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