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상장100대 기업 양성평등 23위
창립 30년 지났지만 여성 리더 '전무'
정용진 체제 여성인재 육성 시작
육아문제 해결했지만… 여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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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이마트를 창업해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아버지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 떠난 미국에서 월마트 등 창고형 마트를 접하고 1993년 11월 서울 창동에 이마트 첫 점포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이마트는 시장을 선점한 킴스클럽과 까르푸에 매출은 물론,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밀렸다. 하지만 이마트를 명실상부 국내 상장 유통기업 대표로 끌어올린 비결은 이 총괄회장의 경영철학이었다.
"오너의 경영 방침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인재를 뽑아 육성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이 총괄회장의 경영철학처럼 이마트는 구학서 회장과 황경규 대표, 이경상 대표 등 전문 경영인들이 성장을 이끌었다. 이후 '정용진 시대'가 열리고 이갑수-강희석-한채양 대표가 차례로 배턴을 이어받아 이마트를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 30년 역사 속에 여성 대표는 아직까지 한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양성평등 수준에서도 엿볼수 있다.
여성 사내이사 0명… 女임원 비율은 10% 초반
11일 본지가 집계한 '2024 100대 기업 양성평등 종합점수'에서 국내 대표 유통기업인 이마트는 총점 27.25점으로 종합 23위를 차지했다. 정규직 수(5.5점), 근속연수(9.75점), 연봉(6점) 부문에서 평균치를 웃도는 점수를 받았지만, 사내이사 부문에서 0점을 받은 영향이다. 전체 정규직에서 여성 비중이 절반을 넘지만, 단 1명의 여성 사내이사를 배출하지 못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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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등기임원은 2021년 이후 7명을 유지해왔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 3명은 모두 남성 몫이었다. 현재도 한채양 이마트 대표, 임영록 신세계 경영전략실장,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기준 이마트 등기임원 가운데 여성은 사외이사 1명에 불과하다. 김연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다. 그는 2021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39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부교수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여성 임직원 수가 매년 줄고 있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마트 여성 임직원 수는 2021년 1만5123명에 달했으나, 2022년 1만4430명으로 줄더니 지난해 1만3522명까지 빠졌다. 3년 동안 전체 임직원수가 2000여명 줄어든 영향이 있지만, 이 기간 남성 임직원 수는 2021년 9476명에서 지난해 9222명으로 약 200명밖에 줄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여성 임직원이 급격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정용진의 청사진… 모성보호 정책 시행
이마트 본사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이마트어린이집. [사진제공=이마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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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전사적으로 여성인재 육성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여성인재 육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여성의 육아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보고, 육아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육아지침서 '지혜로운 엄마, 함께하는 아빠'를 발간해 임직원 1만7000여명에게 배포했다.
이마트에 출산과 육아 관련해 법적 기준치를 상회한 모성보호 정책이 시행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2014년 9월 시행한 임신기 근로 단축이 대표적이다. 임신기 근로단축의 법정 기준은 임신 12주 이전, 36주 이후 일 때 2시간 단축근무가 가능하지만, 이마트는 임신 전 기간에 걸쳐 2시간 단축 근무를 할수 있도록 했다.
난임 휴직 제도도 모성보호 정책의 결과물로 꼽힌다. 이마트는 법적 기준이 없던 2016년 3월부터 선제적으로 이 제도를 신설해 난임진단서를 받은 여성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6개월까지 휴직이 가능토록 배려했다. 이마트는 또 2018년 5월 난임휴가를 도입해 법정 기준(유급 1일+무급 2일)을 초과한 유급 3일을 보장하고 있다.
사내 어린이집 역시 모성보호 일환으로 2011년부터 운영 중이다. 현재 이마트 어린이집은 본사의 경우 1층에서 만1세부터 만3세까지 학급별 10명씩, 총 정원 30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기업과 비교해 규모가 작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회사 측 이야기는 다르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사에서 시행하는 '단축근무제도'나 '시차출근제도'를 이용해 집 근처 어린이집에 입소하는 사례가 많아 신입 원아 경쟁률이 낮은 편"이라며 "정원 수에 대한 큰 부족함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마트 어린이집 2022년 신입원아(만1세)는 코로나 이슈로 10명 중 5명만 지원해 정원이 미달됐으며, 지난해는 10명이 지원해 추첨 없이 모두 입소했다. 올해는 14명 신청해 1.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여성 리더십 인정 조직문화 필요
이마트는 2014년부터 여성가족부 주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유지 중이다. 육아문제 해결을 통해 여성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정 회장의 청사진이 자리를 잡고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여성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않다. 과거와 달리 여성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여전히 사내이사를 비롯한 고위직인 여성 리더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유통 기업의 경우 그동안 본사 직원이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사를 관리하는 업무로 인해 학군장교(ROTC) 특별채용 전형 등 조직 장악 경험이 풍부한 직원을 우대했다. 이 때문에 여성 리더십이 인정받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고 수평적 조직문화가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유통업계 1위인 이마트도 여성인재 발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와 롯데쇼핑 등 경쟁사는 이미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바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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