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35년사 ‘외교관은 나의 인생’ 출간
7일 박철민 전 주포르투갈·헝가리 대사가 울산대 연구실에서 35년간 외교관으로 일하며 겪은 생생한 일상과 외교 현장을 담은 저서 '외교관은 나의 인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울산= 박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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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하면 파티와 이국적 풍물을 즐길 것 같은 화려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은 평생을 노마드로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극한직업’이죠. 그래도 여전히 외교부에서 일하고 싶어요.”
8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교부 중도 퇴직 공무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 발로 떠난 의원면직자 수는 2020년 34명에서 2021년 53명, 2022년 63명, 2023년 7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일은 고된데 월급은 박봉이고, 병역의무처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험지의 경우 근무 환경도 열악해서다. 부임지에 따라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부담도 커 재외공관 근무가 예전만큼 외교관 생활의 프리미엄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외교관으로 평생을 일한 것도 모자라 다시 외교부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가 있다. 외교관 생활 35년을 토대로 지난달 ‘외교관은 나의 인생’(서교출판사)을 출간한 박철민(60) 전 주포르투갈·헝가리 대사다.
지난 7일 울산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전 대사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부담이 따르지만 외교관은 그 자체로 큰 자부심”이라며 “특히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외교활동을 당당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 전 대사는 1989년 외무부에 입부해 주러시아 정무 참사관, 유럽국장 등을 거쳐 주포르투갈 대사, 청와대 안보실 외교정책비서관, 주헝가리대사,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등을 지냈다. 올해부터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유럽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방문한 도시만 33개, 이동거리는 총 37만1,417㎞, 지구 9.2바퀴를 도는 강행군을 했다. 2019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외교정책비서관으로 일하면서는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근무했다. 일요일 출근은 물론 해외 각국의 시차에 맞춰 24시간 업무를 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래도 그는 인터뷰 내내 “힘들었다”가 아닌 “보람찼다”고 말했다. 실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일주일간 뜬눈으로 지새우며 안보리 최초의 대북제재 결의 1718호 채택에 힘을 보탰고, 2019년에는 신남방정책추진단장으로 10개월간 준비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어냈다. 2021년에는 20년 만에 한국 대통령의 헝가리 재방문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박철민 전 주포르투갈·헝가리 대사는 외교부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선 연공서열에서 벗어난 조직문화와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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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책을 펴낸 이유도 후배들에게 외교관만이 느낄 수 있는 남다른 성취감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외교관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승진과 보상 체계는 어떤지, 또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등 외교관에 대해 궁금해할 만한 전반적인 내용을 풀어냈다. 저서에는 제16대 포르투갈 대통령 안토니우 하말류 이아느스와 제4대 헝가리 대통령 슈미트 팔의 추천사도 실렸다. 이규형 전 외교부 제2차관은 “이임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국가 원수에게 서한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그가 재임 중 어떤 활동을 했는지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박철민 지음·서교출판사‧324쪽‧1만8,500원. 서교출판사 제공 |
다만 박 전대사는 성취감만으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외교부 직원들의 줄퇴사를 막기 위해선 연공서열에서 벗어난 조직문화와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요즘 세대는 금전적 보상이 동반돼야 성취감도 느껴요. 사명감도 돈에서 나온다잖아요. 업무상 타고 다녀야 하는 차도 현지에서 본인이 직접 사고팔도록 하면서 로열티를 바라는 게 욕심일지도 모르죠.”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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