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을 인공지능(AI)이 휩쓸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또 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학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구글에서 AI 개발 작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는 구글 AI 기업인 딥마인드의 최고 경영자(CEO)이자, 차기 유력 대표 후보로 꼽힌다.
이 둘이 구글 AI의 과거며 현재이자, 미래인 셈이다. 둘은 AI의 위협성에 대해 대조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힌턴 교수는 AI 발전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는 반면, 허사비스 CEO는 인류에게 긍정적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10일 과학계에 따르면, 힌턴 교수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인터뷰에서 “AI가 초래할 수 있는 많은 나쁜 결과에 대해 걱정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여러 가치 측면에서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지만,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경우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인간은 자신보다 어떤 물건들이 더 똑똑해지는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힌턴 교수가 ‘AI의 위협’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10년 동안 몸담았던 구글을 떠나면서 “AI가 인류에게 존재론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힌턴 교수는 “AI가 사람보다 더 똑똑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AI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람 뇌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힌턴 교수는 특히 AI 기술이 사람을 죽이거나, 허위정보를 조작하는 등 나쁜 행동에 동원될 가능성에 대해 높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가 구글과 결별하는 데도 이러한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사비스 CEO는 AI 발전에 대한 우려보다는 순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수상 발표 후 낸 성명을 통해 “AI는 수십억명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을 이끈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2’에 대해서도 “이미 200만명 이상의 연구자가 효소 설계부터 신약 개발까지 중요한 연구를 진전시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허사비스 CEO는 향후 10년 이내에 AI가 모든 질병을 치료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봤다. AI가 전 세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도 여러 번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최근 한 행사에서 “AI는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기후 위기와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생산성을 향상하고,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AI에 접근할 때 결국 양쪽 의견을 결합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병탁 서울대 AI 연구원장은 “모든 기술이 새로 나왔을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AI 발전 흐름을 봤을 때) 속도감 있는 개발과 투자를 진행하되, 가장 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간 협약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한영훈 기자 ha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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