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장에서 야당은 이른바 '명태균 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불법행위 의혹을 적극 제기했다. 선관위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일 뿐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판단이 어렵다면서 다만 이같은 논란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당은 명 씨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며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중선관위·진실화해위·소방청 등 대상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전원 '명태균 의혹'을 거론하며 공세를 쏟아냈다.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 강혜경 씨와 명 씨가 한 언론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명 씨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위해서 3억7000만 원을 들여서 여론조사를 해 줬다고 한다"며 "그 대가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에 부탁해서 김영선 의원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의창 공천을 받아줬다고 한다. 그리고 당선이 됐고, 그 대가로 세비의 절반을 명 씨가 받았다고 한다"고 언론에 보도된 의혹 내용을 언급했다.
양 의원은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을 선관위가 조사해 고발하라고 촉구했고, 이에 대해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조사권은 사전적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며 "조사를 하더라도 저희는 강제력이 없고, 이미 정당한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이광희 의원은 "명 씨 발언 하나하나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버금가는 제2의 국정농단이 아닌가"라며 "선관위에서 발표한 (명 씨가 관계됐던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 위반행위 조치내역을 보면, 벌금 3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있고 2021년(의 신고 건들)은 전부 경고만 받았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불법 여론조사로 얻을 이익과 비교해 대단히 경미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명 씨의) 통화 내용을 보면, 불법 여론조사의 최종 수요자, 실질적 수익자는 윤 대통령이다. '윤석열이한테 보고해야 돼'(라고 명 씨가 말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도 "명 씨는 선거가 끝난 후 여론조사 비용 3억7000만 원 정산을 위해 당선인 부부를 찾아간다"며 "김영선 공천을 여론조사 대가로 받았다"고 규정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이기 때문에 어떤 게 진실인지에 대한 고려 없이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며 "지금 전제로 하신 것은 후보자가 직접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을 전제로 하시는 것 아니냐. 만약 그게 맞으면 모르겠는데, 의뢰를 하고도 돈을 지급하지 않은 그런 내용이 아니라면…(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김 사무총장의 이같은 답변 내용을 겨냥해 "사무총장께서 '비공식적으로 대통령께 제공된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이 의뢰한 것인지 사실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윤 대통령이 명태균에게 선거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26차례나 반복적으로 선거 시기에 보고를 받았고 그것(여론조사 비용)이 3억6000만 원에 달한다고 하면 명백하게 경제적 이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은 우선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정치적 후견주의와 연고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 모두 가정적인 사안에 대한 질문이어서 제가 답변드리기가 곤혹스럽다"고만 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같은 취지로 "4회 이상 여론조사를 했고 그걸 보고받았는데 회계보고에 누락돼 있다"며 "어떤 사람에게 선거 브로커가 와서 '당신 때문에 3억6000만 원을 썼다'고 이야기했다면, 조사를 돌릴 때는 몰랐고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았더라도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판단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이 윤건영·정춘생 의원 등의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변한 것은, 지난 2011년 9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법원 3부는 울산시장 출마 의사가 있는 강길부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한 것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검찰이 여론조사업체 대표 김모 씨를 기소한 사건에 대해 "향후 여론조사를 수주하기 위한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여론조사를 일방적으로 실시한 다음 그 결과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면 "여론조사결과 보고서를 제공할 당시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하는 기부행위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김 사무총장은 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명 씨가 텔레그램에서 여사(대통령 영부인)와 총선 관련 이야기를 하고, '단수 공천'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것을 들어보신 적 있느냐. 총장님 상식에 비춰봤을 때 이게 상식적으로 맞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드느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바람직하지는 않겠지요"라고 답했다. 김 총장은 윤 대통령의 대학(서울법대) 동기로, 지난해 7월 임명됐다.
여당 국민의힘은 야당의 이같은 공세에 강하게 반발했다. 총선 당시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지낸 배준영 의원은 "대한민국에 있었던 모든 대선 관련된 여론조사를 정당에 가져가서 '이 여론조사 했으니까 인정해 달라'고 하면 선관위에 신고가 안 됐으니 위법한 것이냐"며 "그걸 가지고 해당 정당에서 보조금을 반환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국정감사) 첫날은 대통령 관저를 가지고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 다 질문을 하더니 오늘은 공천개입 관련해서 한 분도 빠짐없이 계속 하고 있다. 이런 국감은 처음"이라며 "국회가 명 씨 같은 사람한테 휘둘리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정 의원은 "명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18년 600만 원 벌금을 받고, 2020년에 1000만 원 벌금을 받고, 2016년 공무원 승진 청탁(을 대신해 준다고) 3200만 원을 받았다가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을 받았다"며 "최근 명 씨 발언을 보면 팩트는 없고 본인 과시용 허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조성환 의원도 "언급하고 싶지도 않지만, 명태균이라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사람이냐 좀 따져봐야 한다"며 "이 사람의 진술을 가지고, 거기에 '만약'을 붙여서 선관위 사무총장한테 질의한다? 이건 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도전했다가 단일화 경선 패배 후 사퇴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사건 등을 언급하며 "선거 비용 먹튀" 논란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공직에서 중도하차하는 경우 보전받은 선거 비용을 모두 반환하도록 돼있지만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미반환된 금액이 78명 191억 원"이라며 "선관위에서 전액 환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 조은희 의원도 "곽 전 교육감의 경우 선거보전비용 35억 원을 반납하라고 고지받았는데 올해 1월 기준으로 반환 대상의 약 10% 정도만 반납했다"고 가세했다.
조 의원은 이어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2022년 9월 기소된 이후 다음달 15일 1심 선고 예정이다. 만약 이 대표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을 시에는 민주당도 보전받은 대선 비용 434억 원을 반납해야 된다"고 화살을 이 대표 사법 리스크로 돌리기도 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에서 현금을 490억 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데, 이번에 이 대표가 당선무효형에 처해지면 대선 때 지급된 선거보전금은 당연히 반납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 김 사무총장으로부터 "그렇다"는 답을 끌어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신정훈 위원장과 위원들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불출석한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에 대해 표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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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정감사장에서는 명 씨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를 놓고 여야 간 설전이 빚어졌다. 민주당은 명 씨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검찰 수사 중이라는 것은 증언 거부 사유일 뿐 출석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며 동행명령장 발부를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강혜경·김영선·명태균·김대남·이명수 5명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는데 민주당은 콕 집어 김영선·명태균, 거주지가 경남이라 오늘 내 동행도 물리적으로 어려운 2명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겠다고 한다"(조은희 간사)라고 반발했으나,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해 재석 21인에 찬성 14인, 반대 7인으로 동행명령장 발부를 가결시켰다.
행안위 국감에서는 또 황인수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이 자신이 국정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국회에 출석하는 일을 또 한 차례 반복해 고성이 오갔다. 황 국장은 이같은 기행을 지난 6월부터 이어오고 있다.
신 위원장이 수 차례 마스크를 벗을 것을 명령했지만 황 국장은 "저는 전 직장인 국가정보원에서 28년 동안 매국노를 찾아내고 처벌하는 일에 매진했고 진실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대한민국 어떤 누구보다도 자신있다", "저를 도와주신 분들한테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국회 차원에서 해주시면 바로 지금이라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등의 답변만 하며 거부했다.
신 위원장과 야당 감사위원들이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에게 조치를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도 "기관장으로서 직원 개인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강제적으로 기관장이 벗길 수 없다"며 그를 두둔했다.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조차 "정보위원인 제가 국정원법 어디를 보더라도 퇴직한 이후 마스크를 쓰고 국회에 나와서 출석해야 된다는 그런 규정은 일절 없고, 저도 대단히 납득이 안 된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질문하는 내용들은 국정원 관련 업무가 아니고 진화위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것인데 그 부분은 국가안보와 무관하다"며 "오전 중에 저도 궁금해서 국정원 쪽에 전화해 물어보니 여기서 마스크를 써야 될 의무가 있다고 대답하지는 않는다. 기관장인 진실화해위 위원장께서 강력하게 내부적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황 국장도 김 위원장도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황 국장은 신 위원장에 의해 국감장에서 퇴장 조치됐다. 황 국장은 감사장 밖에서 대기하다가 민주당 김성회 의원 등이 자신을 대상으로 한 질의를 할 때만 회의장 안으로 들어와 발언대에 섰다.
▲'얼굴 비공개'로 논란을 빚어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황인수 조사 1국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얼굴 공개 요구를 거부하며 주민등록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이에 신정훈 위원장이 인터넷 등에 공개된 황 국장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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