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닷새만에 창고 관리자 체포
피해자는 “68억 없어졌다” 주장
28억 행방·거액 창고 보관 등 의문
경찰이 경기 부천시의 한 창고에서 A씨로부터 압수한 40억1700만원 현금. 송파경찰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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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관리하던 임대형 참고에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훔쳐 달아났던 창고 관리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관리자는 한 달에 걸친 치밀한 계획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40억원가량을 압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현금의 주인이 피해액을 ‘60억원대’라고 밝히며 엇갈렸고 이 거액 현금의 정체와 공범 여부 등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여러 의문이 일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무인 임대형 창고에 보관된 현금 40억원가량을 훔쳐 달아난 혐의(야간방실침입절도)로 40대 남성을 오는 11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27일 “창고에 보관해둔 68억원 현금을 도난당했다”는 피해자의 신고를 경찰이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추적 끝에 사건발생 닷새만인 지난 2일 오후 6시46분쯤 경기 수원시 A씨 자택 인근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의 정체는 도난 사고가 일어난 창고 회사의 중간 관리자였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이 회사에 근무해왔다. 그런 A씨에게 피해자의 돈이 눈에 띄게 됐다. 그는 “우연히 현금을 확인했고 욕심이 생겨 훔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목표를 정한 A씨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 8일 창고를 둘러보며 동선을 짠 그는 인적이 드문 밤 시간대를 노렸다. 범행은 지난달 12일 오후 7시부터 13일 오전 1시 사이에 행동으로 옮겨졌다. 창고로의 접근은 쉬웠다. A씨는 관리자들이 갖고 있던 ‘마스터 번호’를 이용해 해당 창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용 가방에 들어있던 현금을 확인한 A씨는 미리 준비해 둔 다른 여행용 가방 6개에 현금을 옮겨담고 다른 층의 창고로 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A4용지 뭉치를 원래 돈이 들어있던 피해자의 여행용 가방에 채워넣는 식으로 눈속임을 했다. 일부 A4 용지에는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 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A씨가 현금을 옮기는 동안 해당 창고 건물 복도 등은 때마침 정전됐다. 이 때문에 폐쇄회로(CC)TV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은 창고회사의 기획, 운영, 보안 업무 등을 담당한 A씨가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이후 지난달 15일 창고에 있던 현금을 밖으로 옮겼다. 이번엔 여행용 가방이 아닌 생활용품 상자(리빙박스) 등에 돈을 옮겨담았다. 어머니 B씨가 지인에게 부탁해 미리 확보해 둔 경기 부천시의 한 건물 화장실 구석으로 현금을 쌓아뒀다. 경찰은 B씨를 현금을 보관·운반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장물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A씨가 경찰에 붙잡힌 이후 벌어졌다. 경찰이 A씨로부터 압수한 현금은 모두 40억1700만원이었다. 피해자가 말한 68억원이 아니었다. 경찰은 A씨가 현금을 숨긴 장소에서 39억2500만원을, A씨가 지인에게 채무 변제를 목적으로 건넨 9200만원 등을 압수했다. A씨는 “5000만~6000만원은 채무 변제에 사용했고 일부는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지인에게 9200만원을 건넨 사실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한 창고를 임대해 2022년부터 현금을 보관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의 말이 맞다면 28억원가량의 행방이 묘연하게 된 셈이다.
창고에 이처럼 많은 돈을 넣어둔 피해자의 정체나 해당 거액의 정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피해자는 경찰에 자신이 자영업자이고 지난해 가을부터 창고를 임대해 현금을 보관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거액의 현금을 창고에 보관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공범인 30대 여성 C씨의 존재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밝힌 C씨는 수차례 창고에 출입한 기록이 남아있어 경찰이 절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C씨는 지난달 26일쯤 창고 안에 들어가 돈 가방을 열어봤다가 A4 용지만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피해자에게 알려 신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C씨는 피해자로부터 지시를 받아 창고에 갔다고 했다. 경찰은 C씨가 현금을 직접 절도한 정황은 없지만 진술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공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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