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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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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세 매물 줄고 월세 늘어난 이유는 ‘126% 룰’ [부동산 빨간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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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막는 반환보증 제도

보증금이 공시가 126% 이하여야 가입

깎아준 전세금의 이자만큼 월세로 받아

다음달부터 임대사업자도 126% 룰

기존 등록 임대사업자는 2026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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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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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126%. 최근 부동산에서 전월세 매물을 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숫자입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전세반환 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전세 보증금이 주택 공시가격의 126% 이하여야 세입자가 전세반환 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명 ‘126% 룰’이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상당합니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세를 원했지만 결국 월세를 추가해 반전세 또는 월세 계약을 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겁니다. 이번 주 부동산 빨간펜은 126%룰에 대해 알아봅니다.

Q. 126% 룰은 무엇인가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운영하는 반환보증을 가입할 때 기준이 되는 비율입니다. 반환보증은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덜어주는 제도입니다. 반환보증에 가입하면 전세 계약 종료 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HUG로부터 대신 받을 수 있습니다. HUG는 일단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 뒤 집주인으로부터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세입자가 가입하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임대사업자가 가입하면 ‘임대보증금 반환보증’으로 부릅니다.

2023년 5월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전세보증금이 주택 공시가격의 126% 이하여야 합니다. 반환보증에 가입할 때 적용되는 주택가격 산정 기준은 공시가격의 140%이지만 담보인정비율이 90%이기 때문입니다. 126%가 적용되기 이전 이 비율은 공시가의 150%였습니다.”

Q. 126% 룰 때문에 전세 매물이 줄었다고요?

“비(非)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세 사기가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면서 세입자는 보증료를 내더라도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증금 기준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낮아지며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보증금 규모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그만큼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 전용 24.6㎡ 매물이 보증부 월세로 나왔습니다. 전세 보증금은 1억2700만 원에 월세가 38만 원이었습니다. 이 매물에 반환보증 가입기준인 126%를 적용하면 1억2900만 원이 나옵니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월세 가격은 깎아준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맡겼을 때 집주인이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도권 연립·다세대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7.7%로 전년(39.5%) 대비 8.2%포인트 올랐습니다. 단독·다가구 유형에서도 월세 비중이 70.1%로 전년(66.3%)대비 3.8%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어땠을까요?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월세 비중은 42.5%로 전년(44.2%)보다 오히려 1.7%포인트 내렸습니다. 큰 영향이 없었던 것이죠.”

Q. 빌라를 세주고 있던 집주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부 규제가 지나치다고 아우성입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려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데 이 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한 채라면 영향이 덜하겠지만 여러 채를 세주고 있던 집주인이라면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 수억 원으로 올라갑니다. 만약 공시가격이 하락했다면 돌려줘야 하는 금액의 규모는 더 커지겠지요.

임대인들은 현재 반환 보증 가입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주장은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공시가격의 140%에서 150%로 올려달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반환 보증 가입요건은 135%로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Q. 정부는 126% 룰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나요?

“자기 자본없이 전세보증금으로 집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를 막고 전세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선량한 임대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126% 룰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반환보증 가입기준에 126%를 적용하되 집값을 ‘공시가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HUG가 선정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출한 ‘감정가’로 보는 방식입니다. 과거 악성 임대인들이 감정가를 일부러 올려 반환보증 가입에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감정가를 일괄 부정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126% 룰 적용을 확대하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126%룰을 신규 임대사업자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임대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반환 보증에 가입해야 하는데, 현재는 주택가격을 공시가의 130~190%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이 비율이 140%로 내려갑니다. 담보인정비율 90%도 동일하게 적용돼 현재 전세반환 보증과 동일한 126% 룰을 적용받는 것이죠. 다만 기존 임대사업자는 2026년 7월까지 시행이 유예됩니다. 이번 규제 확대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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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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