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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아리셀, 군납 맞추려 '전지 2800개 발열' 내부경고 무시 생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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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브리핑] 군납기일 맞추려고 안전보다 납품 우선

김주영 "위험성평가 제도 실효성 높여 노동자 생명 보호해야"

뉴스1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현장에서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에 앞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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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경기 화성시의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참사가 벌어지기 20일 전 2800여개 전지에서 발열이 계속되고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생산을 강행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내부경고 무시, 위험성평가 실시 여부 조작 등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드러남에 따라 위험성평가를 '자율규제'로만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환경노동위원회, 김포 갑)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아리셀 폭발 화재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박중언 경영총괄본부장은 전지에 발열이 발생한 사실을 무시하고 발열전지로 확인된 제품도 정상제품과 같이 분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괄본부장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아들로, 아리셀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다.

검찰에 따르면 아리셀은 지난 5월13일 제조공정 중 전해액 주입을 마친 전지에서 발열 현상을 포착했고, 박 총괄본부장은 그로부터 3일이 지난 16일 사내 기술연구소 이사 A씨 등과 함께 전지 발열 현상을 확인했다.

사내 기술연구소 이사 A 씨는 6월 4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전해액 안의 불순물'이 발열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고고 불순물 제거 가능 여부 및 제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6개월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공유했다.

검찰은 "피고인(박 총괄본부장)은 전지 발열현상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거나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위사업청과의 계약에서 정한 납품기일과 납품수량을 맞추기 위해 전지가 식으면 정상제품으로 분류해 후속공정이 진행되는 3동 2층으로 운반할 것을 지시했다"고 적었다.

생산관리팀이 6월 4일 박 총괄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정상제품과 함께 운반한 발열전지는 약 2496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생산관리팀 책임 B씨는 피고인의 작업량 증가 지시에 대한 압박으로 작업자들에게 전지의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발열전지를 정상제품으로 분류할 것을 지시했다"며 "작업자들은 별도 트레이 6개(전지 약 400개)에 보관한 발열전지를 정상전지와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관했다"고 기록했다.

참사 2일 전에도 전지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6월22일 작업자가 뜨거워진 전지를 발견, 발열전지를 전지 해체용 후드 쪽으로 이동한지 약 5분 뒤에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검찰은 아리셀이 군납 기일을 맞추기 위해 작업량을 무리하게 늘린 것으로 파악했다. 아리셀은 지난 1월 11일 방위사업청과 리튬 1차전지를 네 차례에 걸쳐 납품하는 총 34억6175만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아리셀은 지난 4월 22일 두 번째 납품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 중 시료를 바꿔치기하려다 적발돼 1차 시정조치 요구를 받았다. 두 번째 품질검사에서도 전지용량 부족으로 국방규격 불일치 판정을 받아 4월 30일 재차 시정조치를 요구받았고, 이후 시정조치 및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하는 결과보고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5월 2일 3차 시정조치 요구를 받았다.

기품원 품질검사에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납품을 위해 생산한 리튬 1차전지를 전량 폐기하고 다시 생산해야 한다. 계약 미이행에 따른 지체상금(납품대금의 0.075%)이 부과된다.

박 총괄본부장은 4월 22일부터 가동 중단 상태였던 전지 제조공정을 다시 재개하도록 5월 13일 지시했다. 지체상금(1일 70만원 상당) 누적을 막기 위해서다. 심지어 6월3일엔 일평균 생산량의 2배에 해당하는 전지 5000개를 매일 생산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아리셀이 박 총괄위원장 지시를 따르는 과정에서 인력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불법적으로 파견받았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혔다. 5월엔 하루 30여명에서 6월엔 하루 60여명까지 불법파견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아리셀측이 리튬전지의 화재 취약성도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은 동종업체에서 발생한 두 차례 화재 사고에 관한 언론기사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아리셀은 2022년 8월 육군본부로부터 공문을 받아 두 차례의 군납 전지 화재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를 강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한산업안전협회는 화재 위험성을 인식해 안전관리자 위탁업무 게약을 맺은 아리셀에 △소화기 위치 확인 △비상구 관리 △배터리 전해액 분리막 파손 위험성 등에 관한 지도를 진행했다.

공소장엔 박 대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등 세 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적혔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론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중대재해 발생시 위험요인 제거 등 매뉴얼 마련(4조8호) 등 5개 시행령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박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여섯 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재은폐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총괄본부장은 메이셀 소속 파견근로자가 2022년 2월 손가락 절단상을 당하자, 회삿돈으로 피해자에게 300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공상처리'를 했다. 산업재해 발생보고로 인한 고용노동청 특별감독과 불법파견 점검을 피하기 위해서다. 메이셀 대표는 피해자에게 돈을 전달하면서 민·형사상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oneth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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