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에서 4대째 농장을 운영 중인 농장주 데이비드 블랙(오른쪽)가 소이푸드마스터들에게 친환경 농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미대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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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에서 4대째 농장을 운영 중인 데이비드 블랙(David Black)의 설명으로 농장투어가 시작됐다. 그는 지속가능한 농법이 환경뿐만 아니라 콩의 품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이날 투어에는 소이푸드 마스터들이 참여했다. ‘소이푸드 마스터’는 미국대두협회가 오하이오대두협회와 미국농무부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을 수료한 콩 식품 전문가다. 이 프로그램은 영양사와 식품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콩의 영양적 가치를 온라인 강의로 교육하고, 시험을 통해 콩 식품 전문가를 선발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료자들에겐 미국 콩 산업 견학의 기회가 주어진다.
오하이오 대두협회 이사이자 농부인 채드 워너는 소이푸드 마스터 팀에게 드론을 활용한 정밀 농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방법을 통해 토양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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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은 총 294명의 전문가를 양성했다.올해는 ‘삼육식품', '풀무원', '동원'의 단체급식 영양사 3명과 '롯데중앙연구소', '삼성웰스토리', '샘표식품', '오뚜기' 등 국내 F&B 기업 종사자 8명이 소이푸드 마스터 자격으로 함께했다. 견학 프로그램은 대두 농장과 대두 공급사인 Scoular와 KG Agriculture Products Inc(KAPI)을 방문해 식용콩 생산과 계약, 저장 및 관리 전반에 걸친 과정을 살펴보고,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농경제, 육종 등 전문가들을 만나 대두 산업의 미래에 대해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중 오늘은 650에이커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이비드 블랙의 ‘Three Willows Farms’을 방문했다. 친환경 농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농장주 블랙은 밭으로 이동해 대두를 뿌리째 뽑아 소이푸드 마스터들에게 보여줬다. 대두 뿌리엔 지난해 심었던 옥수수 줄기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무경운과 윤작의 흔적이었다. 블랙 농장은 콩, 옥수수, 밀 순으로 매년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윤작을 하고 있다. 매해 같은 작물을 재배하면 특정 병해충과 잡초가 번식하기 쉬운데 반해, 윤작하면 병충해 및 잡초 번식 방지와 토양의 생물다양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농약이나 제초제의 양도 줄어들어 토양을 보호해 결국 대두의 품질 또한 좋아진다.
이곳은 무경운 농법을 실시한 지 30년 정도 됐다. 블랙은 “경운은 땅을 뒤집는데 무경운은 땅을 갈아엎지 않아 배출되는 탄소가 반 이하로 내려가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농기계에 사용되는 연료와 인건비 또한 줄어들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줄인 비용을 건강한 대두를 생산하는데 투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가 토양의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경운 대신 선택한 것은 피복작물이었다. 피복작물은 수확용으로 재배하지 않고 그대로 다음 작물의 거름이 되어 토양의 수분을 유지하고 영양을 공급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타케시 디제이 야마모토(Takaaki DJ Yamamoto) 최고운영책임자가 소이 푸드 마스터 팀에게 KG Agriculture Product Inc(KAPI) 회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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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I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타케시 디제이 야마모토는 보관창고에서 포장된 대두 토트백을 가리키며 “같은 품종이라면 같은 추적 번호가 붙여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KAPI의 경우 생산자별로 저장해 추적 번호를 붙이고 있다. KAPI가 판매하는 대두는 생산자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장된 대두는 샘플을 채취해 종자의 순수성,혼입도, GMO 검사 등을 실시하고, 포장 전 6번의 정선 과정을 거쳐 깨끗한 상태로 고객에게 보내진다.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KG Agriculture Product Inc(KAPI) 회사의 대두 저장 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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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종자 개발도 하고 있다. 테스트 농장에서 품종의 수확량을 체크하고 고객사에 보내 대두 가공품의 생산량을 확인한다. 수확량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도 정작 제품 생산량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KAPI는 두부, 두유, 낫또, 간장 등에 최적화된 8개의 자체 정체성 보존(IP, Identity-preserved) 대두 품종을 가지고 있다. IP 대두란 특정 품질 기준을 충족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기록·관리되어 출처와 생산 과정이 추적 가능한 대두를 말한다. 특히 식용 IP 대두의 경우 기계적 손상과 다른 작물이나 이물질 혼합을 최소화하며, 습도 조절과 통풍, 청결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Scoular의 NON-GMO 테스트 밭에서 론다 콜(Rhonda Cole) 시장 개발 매니저가 소이 푸드 마스터들에게 IP 대두별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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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ular는 NON-GMO IP 대두 테스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품종이 오하이오주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단백질, 기름 함량, 맛과 보관도 등을 테스트하고 식품회사 등 고객사에 보낼 샘플을 생산하는 용도다. 고객사는 샘플을 받아 직접 관능, 영양성분, 가공품의 생산량 등을 확인해본 후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12~16개의 품종을 키우고 있는데, 단위당 수확량이 많은 품종, 재배 기간이 긴 품종, 알이 굵은 품종뿐만 아니라 최근엔 고올레산 품종, 고단백 품종, 대두의 소화율이 떨어지는 아이나 노인을 위한 저탄수화물 대두까지 품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원예 및 작물학과(Department of Horticulture & Crop Science) 반균정 박사가 소이 푸드 마스터 팀에게 대두 육종 연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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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주립대학에선 대두 산업의 숨은 조력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농업, 환경 및 개발 경제학과(AEDE) 이승기 교수는 농업 시장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농부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교수는 대두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과 바이어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 앞으로 농업의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원예 및 작물학과 반균정 박사는 오하이오 대두협회의 펀딩으로 오하이오주에서 잘 자라면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대두 육종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직접 키우고 있는 밭으로 이동해 연구중인 형질을 어떻게 마킹해 체크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식품 가공 개발 실험실 학생들이 소이푸드 마스터들에게 직접 진행중인 대체육 연구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에서도 대두를 활용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이 발표는 많은 소이마스터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이 푸드 마스터 팀이 오하이오주 농무부(ODA)를 방문해 이번 미국 콩 산업 견학 프로그램의 소감을 나누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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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미국 대두 산업 견학 프로그램 일정은 오하이오주 농무부(ODA) 방문으로 마무리됐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은 오하이오 농무부 농업 수출 관리자 팀 스워드 등 관계자들과 함께 이번 견학에 대한 소감을 공유했다. 오뚜기 FS사업부 조민국 대리는 “케이터링 업체에 오뚜기 주력 상품인 대두유를 납품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대두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배울 수 있었고, 미국이 농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프로그램에 초대해준 미국대두협회에 감사를 표했다. 삼성웰스토리 이경용 프로는 “농가의 지속가능성 농법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어 감명 깊었다”며 “젊은 요리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대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점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콩은 연간 14만 1000톤으로, 나머지 약 350만톤(대두와 대두가공품을 모두 대두로 환산한 수치)의 콩은 수입된다.실질적인 콩 자급률이 5%도 되지 않는 것이다. 콩 사용량의 95% 이상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콩을 단순히 ‘국내산’과 ‘수입산’만으로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콩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는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 품종인지, 안전한 방식으로 관리되는지 등 복합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형석 미국대두협회 한국대표는 “소이푸드 마스터들이 직접 생산부터 공급까지 미국 대두의 산업 전체를 경험했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중요성과 콩의 우수한 가치가 잘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오하이오 = 김경진 쿠킹 기자 kim.kyeo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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