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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통신비 논란]③ 프랑스에선 ‘2유로’ 요금제 성공… “韓, 선택약정 차등·단말기 자급제로 소비자 혜택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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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윤석열 정부는 통신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을 활성화시켜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고자 했다. 하지만 가계 통신비는 내리지 않았고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며 고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통신비 인하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통신 시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통신비를 내릴 대안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프랑스 프리모바일(Free Mobile)은 오렌지, SFR, 부이그에 이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동통신 회사다. 지난 2012년 제4 이통사로 프랑스 통신 시장에 신규 진입할 당시 프랑스 이동통신 보급률은 101.4%에 달하는 포화상태였다.

프리모바일은 단돈 2유로(약 2900원)에 ‘2시간 전화+무제한 문자’와 같은 파격적인 요금제를 비롯,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 3기가바이트(GB)를 월 19.99유로(2만9600원, 5G 포함)에 제공하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초창기 시장 점유율이 8%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9%까지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프랑스의 휴대폰 요금은 월 평균 14.6유로로, 10년 전 대비 20% 하락하는 효과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의 약 12%를 차지하는 ‘언락(Unlocked) 스마트폰(자급제폰)’이 MZ 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올 2분기 기준 미국 자급제폰 시장 1위는 중국 레노버(38.4%)가 차지했으며, 삼성전자(21.2%)와 애플(12.1%)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홈페이지에 ‘언락폰’ 판매를 위한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자급제폰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도 자급제 판매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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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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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국내에서 시행 10년을 맞은 단통법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제조사가 폭리를 가져가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 가입자에게 선택약정 할인 혜택을 더 많이 주고, 제조사와 통신사의 역할을 분리하는 절충형 완전자급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선택약정 차등, 통신비 인하에 도움될 수 있어

현재 통신비 인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는 제조사 및 이통사 간의 보이지 않는 사실상의 담합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행위에 따른 관련 매출액을 28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약 5조5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번호이동 등 순증감 건수 현황을 30분 간격으로 공유하면서 서로 가입자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판매장려금을 조절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제품(스마트폰)이 나오면 제조사보다 이통사가 더욱 나서 판매 홍보에 열을 낸다”면서 “담합이라는 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통신사들이 요금·서비스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경쟁을 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73%, 애플은 2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금은 이통사가 ‘고가 단말기→고가 요금제→고액 지원금 지급’을 유도하고 있고, 보조금(제조사 장려금 + 이통사 지원금) 역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천차만별이라 소비자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비 인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선택약정 제도 개편이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장기 고객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차등 인센티브 제도가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1-5년, 5-10년, 10-15년, 15년 이상으로 나눠 최소 25%에서 최대 40%까지 할인 비율을 올린다면 통신사들도 충성고객 유지 측면에서 손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이어 “우리나라에선 외산 단말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면서 “단말기 자체로 자율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통사쪽으로 고개를 돌려 시장을 움직일 계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비즈

/챗GPT·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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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사와 이통사 역할 나누면 단말기 경쟁 가능해져

또 다른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절충형 완전자급제가 거론된다. 완전자급제란 이통사들은 대리점을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기 제조·공급만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휴대폰 개통 초기 소비자 혼란을 고려해 절충형으로 시작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 허가된 일부 판매점에서만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결합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제조사와 이통사 직영점은 각각 제품(스마트폰)과 서비스(요금제 등)를 판매하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통신 시장의 유통 구조에선 고가 요금제와 고가 단말기 판매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통사가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은 단말기를 이용해 고가 요금제에 고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담합 구조를 깨면 단말기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단말기 자급제가 법제화되면 다양한 경로로 신제품 확보가 가능해져, 알뜰폰 이용자들도 성능이 좋은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단통법 폐지는 수단일 뿐, 소비자 보호와 후생 증진이 담보돼야 한다”며 “단통법 폐지 시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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