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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대한민국, K-잠수함 '수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다[K-잠수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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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은밀하지만 K방산의 핵심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잠수함.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가 주목하는 K-잠수함의 뛰어난 성능과 완벽한 해양안보를 위한 민관의 분투와 노력을 소개한다.

한국일보

신형중형잠수함(HDS-2300) 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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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기업의 잠수함 개발 성공
폴란드에서 수출 설명회 개최
잠수함 생태계의 진일보 기대

필자가 소속된 기업의 기술진이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적으로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달 초 국내외 선급의 안전기준 승인으로 국내 기업 최초로 잠수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8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신형 잠수함 쇼케이스를 통해 세계에 이를 정식 소개했다.

80여 명의 폴란드 정·재계 인사가 참가한 행사는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2건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이뤄졌다. 우리 연구진이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치부심 마음으로 이뤄낸 중형 잠수함은 우수한 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무기로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 프랑스의 나발 그룹(Naval Group), 스웨덴의 사브(Saab)와 글로벌 잠수함 시장을 놓고 다투게 됐다.

한국에서 정부 주도가 아닌, 특정 기업이 자체 잠수함 모델을 원점부터 개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획기적인 일이다. 지난 40여 년 한국의 잠수함 역사를 되돌아보면 더욱 기적 같은 일이다. 당초 우리 해군은 독일 HDW사의 209/214급 잠수함을 OEM 방식으로 도입, 장보고-I/II 잠수함을 획득했다. 이후 장보고-III 잠수함은 2007년부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공동 개발했고 지식재산권(IP, Intelligence Property)은 방위사업청이 소유했다.

해외 OEM 방식 사업과 관 주도의 잠수함 개발 역사 때문에 한국에서는 단일 기업이 주도적으로 잠수함 관련, 해외 마케팅에 나서기가 어려웠다. 잠수함 IP가 해외 업체에 있거나 정부가 소유했기 때문에 그 허가를 받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이번 신형 잠수함 독자개발은 K방산/함정 수출에 새 이정표가 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일보

8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현지 관계자들이 한국 기업이 개발한 잠수함의 제원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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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민간 기업의 독자 잠수함 개발로, 향후 글로벌 잠수함 시장 개척에서는 두 가지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보다 다양하고, 다변화된 수출 포트폴리오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잠수함은 3,000톤급인 장보고-III 뿐이었다. 장보고-III은 세계 최고수준의 재래식 디젤 추진함이지만 높은 획득 비용과 고도의 운용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제 막 잠수함 도입을 고려 중인 국가들의 재정상태와 운용 노하우를 고려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고급 사양이다. 반면 이번에 새로 선보인 신형 잠수함은 접근의 문턱이 훨씬 낮다. 잠수함이 수행해야 할 모든 기능을 충족하면서도 도입과 운영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요컨대 한국도 중형급 잠수함 시장에서 수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것이다.

둘째, 잠수함에 대한 IP를 기업이 갖게 되면서 유연한 수출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 방사청이 IP를 갖고 있거나, 우리 해군이 운용 중인 전력을 수출할 때는 제도적 측면에서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은 ‘방산물자’이지만, 기업이 개발한 잠수함은 ‘전략물자’로 분류된다. 방산물자와 전략물자는 수출 과정에 적용되는 제도와 절차의 까다로움에서 큰 차이가 난다. 윤석열 대통령도 강조한 대로 방산 수출에서는 속도가 생명인데, 속도감과 함께 기업의 운신 폭이 늘어난 만큼 성공적인 수출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기업 차원에서 신형 중형 잠수정 개발에 나선다는 건 큰 모험이었다. 많은 시간과 막대한 개발비용이 투입됐다. 실패할 경우의 기회비용은 막대했다. 하지만 시장을 리드하려면 혁신이 필요했고,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시대를 이끄는 혁신과 끊임없는 도전을 강조하는 특유의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뇌했던 많은 엔지니어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떨리는 나침반을 들고서 광야로 나아가고 있는 그들의 노력에 경의를 보내며 새롭게 개발된 잠수함이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빌 그날을 기대해 본다.

김대규 HD현중 특수선사업부 책임매니저·해사 6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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