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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억울하다는 이스라엘, 전쟁 끝낼 마음이 없었다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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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한 지 1년을 맞은 7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베이루트의 다히예 지역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다히예=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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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1년을 계기로 4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이스라엘에 머물렀다. 취재가 사실상 불허된 터라 '물리적 전투'가 벌어지는 가자지구와 레바논 접경 지역에는 갈 수 없었지만 '확전의 키'를 쥔 이스라엘의 생각은 여러 계기로 들을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신들을 향한 비판이 '부당하다'며 억울해했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반증이 있을 수 없는 사실, 즉 '팔레스타인 테러 집단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170명을 가학적으로 살해하고 전쟁을 도발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묵살하고 있다. 희생자 중 867명은 집 또는 음악 축제에서 조용한 아침을 맞은 민간인이었다. 하마스는 납치한 251명을 인간 방패 삼아 600㎞에 달하는 지하 터널에 숨어 지내고 있다. 하마스 침공 다음 날 레바논 테러 집단 헤즈볼라는 살육·강간을 저지른 하마스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두 테러 집단이 전쟁을 도발하지 않았다면 가자지구·레바논에서 지금과 같은 사상자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시리아, 이라크, 예멘의 공격에 이어 테러 집단 핵심인 이란까지 도발에 나섰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이 지구상에서 제거하려는 이란 주도의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것이다. 납치된 사람들이 풀려나면 가자지구 전쟁은 바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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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순교자 병원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통곡하고 있다. 데이르 알발라=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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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전쟁 범죄 책임에서도 자유롭다고 확신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명한 국제법 변호사는 말했다. "이스라엘은 철저히 국제법에 따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100% 확신한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또한 너무나 충분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이스라엘인이 아닌 이들'이 죽는 데 거의 관심이 없었다.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서 4만1,825명이 숨졌고 어린이 사망자만 1만6,000여 명에 달한다'(가자 보건부 5일 발표)는 식의 '비극적 통계'는 이곳에서 이야기되지 않았다.

"헤즈볼라를 없앨 기회가 드디어 왔다"(이스라엘 북부 피란민)는 환호, "전쟁에는 어느 정도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이스라엘 남부 주민)는 냉소,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만 구할 수 있다면 전쟁 지속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인질가족포럼' 관계자)는 무력감은 모두 전쟁의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전쟁을 멈추는 즉시 정권이 위태로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1년을 맞은 7일 "우리는 함께 싸울 것이고 함께 이길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전의를 또 한 번 자극했다.

국제사회 많은 이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정책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너머 전쟁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어진 팔레스타인 강제 추방, 하마스 집권 이후 2007년 시행된 가자지구 봉쇄 등이 지금의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성은 물론, 재고의 여지조차 이스라엘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대(對)팔레스타인 정책은 이스라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자 때로는 선의였다는 설명만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두 국가 해법'은 논할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8일 이스라엘을 떠나며 생각했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끝낼 마음이 없다고.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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