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구글 딥마인드 대표 허사비스(왼쪽)가 2016년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을 마친 뒤 이세돌 9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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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올해 노벨 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노벨 물리학상에 이어 노벨 화학상까지 AI 전문가에게 돌아갔다. 올해 화학상은 새로운 단백질을 찾고, AI를 활용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 3명의 학자가 받았다. 스웨덴 노벨상위원회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을 선정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날 노벨 물리학상이 역전파 알고리즘을 고안한 ‘AI 대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에게 돌아간 데 이어 화학상도 AI 연구자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노벨상이 주로 순수 학문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사비스 CEO는 2016년 이세돌 9단을 이겨 AI가 복잡한 게임에서도 인간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알파고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존 점퍼(左), 데이비드 베이커(右) |
베이커 교수는 새로운 단백질 설계법을 개발한 공로, 허사비스 CEO와 점퍼 수석연구원은 단백질의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2’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주목받는 발견 중 하나는 놀라운 단백질을 만드는 것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백질 구조를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예측하는 50년 묵은 꿈을 이룬 것이다. 두 발견은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알파폴드2는 구글 딥마인드가 2020년 개발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모델이다. 신약 개발의 핵심은 어떤 단백질이 질병과 연관이 있는지 밝혀내고 억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단백질은 긴 사슬처럼 연결된 아미노산이 3차원 구조로 접힌 형태를 띤다. 어떻게 접히는지에 따라 단백질 기능이 달라져 단백질 구조를 이해해야 기능도 제대로 알 수 있다. 알파폴드2는 챗GPT에도 쓰인 ‘트랜스포머’ 기반 AI 모델을 바탕으로 단백질 구조 약 2억 개를 예측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안드레이 루파스 교수는 2020년 네이처에 “10년간 알아내지 못한 특정 단백질 구조를 알파폴드2는 30분 만에 밝혀냈다”며 “게임 체인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알파폴드2가 나온 이후엔 과거처럼 직접 실험을 통해 생체 분자 구조를 밝히지 않아도 AI를 이용해 빠르고 간편하게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기계가 고장났을 때 설계도 등을 보면 어떤 곳에 어떤 모양 부품을 사용해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딥마인드는 올해 상반기 알파폴드3까지 발표했다. 실제 연구 현장에서도 활발히 쓰인다. 노벨상위원회에 따르면 알파폴드2는 190개국 2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석차옥 서울대 교수는 “알파폴드 덕분에 컴퓨터로도 실제 실험한 것과 맞먹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딥마인드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AI를 만들었다면 베이커 교수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2003년 단백질의 기본 요소인 아미노산을 사용해 기존 단백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한 이후 의약품·백신·나노물질 등으로 쓰일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들었다. 2021년에는 단백질 접힘을 예측하는 ‘로제타폴드’를 선보여 단백질이 잘못 접힌 구조로 인해 생기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 연구 등에 진전을 가져왔다. 석 교수는 “단백질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분자를 직접 설계할 수 있게 한 게 베이커 교수팀”이라며 “AI로 그 전에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고 있다. 바이오나 신약 개발의 발전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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