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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사설]삼성전자 실적쇼크… 기업만 ‘반성문’ 써선 위기 돌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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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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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자 삼성전자 수뇌부가 이례적으로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내놨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국민들이 기대한 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한 데 대해 반성문을 쓴 셈이다.

그제 공시된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79조 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영업이익은 9조1000억 원으로 2분기 때보다 12.8% 감소했다. 시장 예상보다 15% 정도 적은 이익이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 때보다 2조 원 이상 줄어든 4조 원 안팎으로 추산돼 일각에서 제기됐던 위기론이 현실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속도 지체,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부진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모든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면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 재건 등 재도약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실적 부진은 기업 경영진이 반성문을 쓰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경직적 주 52시간제’로 인한 글로벌 연구개발(R&D) 경쟁력 약화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국내 최고 공학 인재들이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일궈냈지만 지금 우수한 인재들은 의대, 해외로 빠져나간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회장은 8년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하나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이에 비해 대만, 중국, 일본 등 경쟁국 기업들은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다. 각국 정부는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부을 뿐 아니라 필요하면 교육제도까지 바꿔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 해만 적자가 나도 세수가 부족해 국가재정이 어려워질 만큼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른 기업이다. ‘초일류 삼성’의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한 자체 쇄신, 혁신 노력에 정부와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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