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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사설] 한국 4수 끝에 ‘WGBI’ 편입… 재정·금융 선진화 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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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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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글로벌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은 내년 11월부터 한국을 WGBI에 편입할 예정이라고 그제 밝혔다. FTSE 러셀은 매년 3월과 9월 WGBI 분류결과를 공개하는데 한국이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오른 지 네 번째 도전 만에 편입을 확정 지은 것이다. 한국 채권시장이 선진국 클럽의 반열에 오른다는 뜻이다. 외풍에 취약한 우리 경제와 금융에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외국인의 한국채권투자가 늘어나고 국내금융·외환시장 안정에도 큰 보탬이 된다. WGBI를 따르는 글로벌 투자금은 2조5000억∼3조달러에 이르는데 560억∼670억달러(75조∼89조원)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 유입 여파로 채권값이 올라(금리 인하) 기업과 정부 등 경제주체의 고금리 고통을 덜고 주식·외환시장 수급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인 200조원대의 국고채 발행을 앞둔 상황에서 연간 1조원 이상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 평가하고 지난 2년간 추진한 정책 방향을 신뢰한 결과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와 외국인투자자 등록 폐지를 시행했고 올 7월에는 외환거래 시간도 연장했다. 외신도 성공 비결로 채권시장 개혁과 금융시장 인프라 개선 등을 꼽았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FTSE는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문제 삼으며 선진지수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약속한 대로 내년 4월부터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제도보완과 시스템 구축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편입을 계기 삼아 재정·금융제도와 관행 전반을 점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확 뜯어고치길 바란다. 발등의 불은 망국적 포퓰리즘을 막고 국제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일이다. 전 세계 105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주주환원 확대 등 밸류업정책에 속도를 더 내고 후진적인 금융사고 예방과 결제시스템 개선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다만 외환시장 개방은 국제투기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하지 않도록 꼼꼼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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