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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헌법기관, 헌법 최고기관, 최고 헌법해석기관. 노태우 대통령은 ‘최고헌법기관의 하나’라고 표현했다.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다. 헌법재판소 권능에 맞설 기관이 있을까.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에 탄핵, 정당 해산, 권한쟁의까지 심판하는 곳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고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는 걸 온 국민이 목격했다. 헌법소원 대상에서 재판이 제외된 덕에 대법원이 ‘최고 재판기관’을 놓고 가끔 자존심 싸움을 벌이지만 별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런 헌재 기능이 멈춰 설 위기에 놓였다. 국회의 무능과 직무유기 탓이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 임기가 17일 끝난다. 진즉 이뤄졌어야 할 국회의 후임자 추천이 감감무소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우겨서다. 국민의힘은 두 당이 1명씩 추천하고 1명을 합의 추천하자고 한다. 이러다간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나오는 헌재 결정이 9월에 이어 이달, 아니 다음 달에도 나오지 못할 것 같다. 무슨 결정을 하려면 재판관 9명 중 최소한 7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 이런 우려가 나왔다. 사건 변론 준비를 맡은 문형배 재판관은 “재판관 3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6명이 남게 되고, 6명이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변론을 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위원장 측을 향해선 “억울하다고 할 게 아니라 법적인 억울함에 대한 대응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번 검토해보라. 헌법은 법률의 상위”라는 알쏭달쏭한 말만 남겼다.
민주당은 국회 거대 의석을 앞세워 이 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안을 처리했다. ‘위법적 2인 체제’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진을 선임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자기네에 유리한 방송 지형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비판이 거세다. 헌재 기능이 정지되면 방통위 정상화는 요원해진다. 헌재가 재판관 9명 체제 붕괴 전 밤을 새워서라도 심리해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법률의 상위’인 헌법을 지키는 헌재의 존재 이유다. 국민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마저 국회에 의해 무력화하는 선례를 남겨서야 되겠나.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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