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한동훈 부산 금정 지원 유세
李 “야단쳐도 안 된다면 그만두게 해야
탄핵 이야기한 적 없어… 제 발 저려”
韓 “20년 한 우물 판 지역 일꾼 뽑아야
흔들리지 않고 국민들만 보고 갈 것”
주민들 “상권 발전 도움 줄 사람 뽑아야
국힘 찍어왔는데… 고민하는 분위기”
“기호 1번의 유세장이나 팸플릿에는 여의도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뿐.”(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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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와 이 대표는 10·16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9일 부산 금정구를 일제히 찾아 지원 유세 총력전을 펼쳤다. 이곳은 보수 정당의 표밭으로 꼽혀 왔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 등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추락하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격전지가 됐다.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총선에 이은 ‘두 번째 정권 심판’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지역 일꾼론을 내걸어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윤일현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선거는 금정을 위해 누가 일할 수 있는지 정하는 아주 단순한 선거”라며 “중앙의 정쟁이라든가 정치 싸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저희는 오로지 금정을 위해 누가 더 잘 봉사할 일꾼인지를 말씀드리겠다”며 “침례병원의 정상화, 우리가 반드시 해내겠다. 부산의 일자리, 저희가 만든다”고 지역 공약들을 내세웠다. 한 대표는 또 윤 후보에 대해 “이곳에서 정치를 시작해 지금까지 정치를 하고 있다. 2006년에 처음 당선이 됐으니까 거의 2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고 계신 건데, 그만큼 금정의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금정구 재개발·재건축 공약을 지도부가 국회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가 9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앞에서 당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왼쪽 세 번째) 유세에 동참해 미소짓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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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부산대 앞에서 유세차에 올라 “민주당 공약은 우리 계획을 무너뜨리는 것뿐이다. 뭐가 없다”며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두고 “어디서 뚝 떨어져서 뭘 할지도 모르고 나온 후보”라고 비난했다.
여당 내에선 김 여사 문제 등 각종 현안으로 당정 지지율이 하락하자 보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한 대표는 “중앙 정치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거 제가 보완하겠다”며 “저는 흔들리지 않는다. 여러분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이라며 “이번 보선 결과가 다음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 국회의원 선거로 직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론을 정면으로 내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김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금정구민이 할 일을 구청장이 대신하고, 부산시민들이 직접 할 일을 시장이 대신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이 할 일을 대통령이 대신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야단쳐도 안 되면 권력을 내려놓게 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 대표는 “우리가 누군가를 뽑아놓고 우상으로 섬기면서 잘못한 일을 해도 끝까지 참아야 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대리인을 뽑되 감시해서 잘못하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임기 안에도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하면 도중에도 그만두게 하는 게 대의민주주의 아니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쪽 가운데)가 9일 부산 금정구 장전역 일대에서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와 나란히 걸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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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 같은 자신의 발언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해석한 여권을 향해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며 “일반적인 민주주의 원리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당연한 이야기를 했더니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저는 탄핵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여당에서) 자기들끼리 탄핵 이야기를 한 것이지 저는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부산 금정구청장 보선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2차 심판의 핵이 될 것”이라며 “이 나라가 퇴행해 피땀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가 망하는 길을 가게 할 것인지, 최소한 이를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가 여러분의 투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판세를 짐작하기 어려운 팽팽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부산대 근처에서 청과물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76·여)씨는 “대통령이 잘하느냐, 못 하느냐는 우리 같은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며 “상권 발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제일 최고로 치는데 여태까지 국민의힘에서 많이 해줬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장전시장에서 만난 윤모(67·여)씨는 “여기는 노년층이 많다 보니까 다들 국민의힘을 찍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민하는 분위기”라며 “김 여사 같은 경우도 고개를 숙일 부분은 숙여줬으면 좋겠는데 답답하다. 이 대표의 인격에 대해 알려진 게 있으니까 민주당을 찍기는 그렇고,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부산=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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