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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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밝힌 후 파장이 커지자, 발표 이틀 만에 철회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대들이 할 수 없다고 하면 안 하는 것”이라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단축안에 대해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의대 학장들 모임에서는 ‘5년제는 불가능하다’고 반대한 사실도 알려졌다. 앞서 의대생 휴학 불가 방침을 고수하다가 ‘제한적 승인’으로 선회하더니, 이번엔 사전 조율도 없이 섣불리 대책을 내놨다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접는 교육부의 무책임함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의대 교육 과정 단축 방안은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을 11월로 연장했음에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년 의사 배출 중단에 따른 의료 공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에서 8년까지 운영하는 의대 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은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매어’ 쓰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수의대도 6년제인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 교육을 1년 더 빨리 끝내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주요 명분이 의대 교육의 부실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대 5년제’는 의료계 주장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격 아닌가.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정부가 임기응변식 대책을 내놓으면서 사태를 꼬이게 만든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수업거부 의대생들이 11월 중순까지 돌아오면 진급이 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어불성설이다. 3개월 만에 1년치 수업을 채우려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미복귀 의대생들에 대해선 집단 휴학·유급을 감수하며 원칙을 지키는 게 그나마 상식에 맞다.
지금 정부는 의대 증원을 추진하다가 헤어나오기 어려운 수렁에 빠져 있다. 이대로라면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와도 교육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엔 7500명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일관되게 2025년 의대 정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의·정 갈등의 근본 원인이 풀리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이고, 결국 대통령실의 결단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해결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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