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30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해왔다. 그러나 PC와 스마트폰 메모리 시장에 안주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소홀한 것이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수년째 이어지고, 방사선 피폭 사고 같은 안전 문제로 노동자들의 사기도 떨어져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이 고객과 투자자를 상대로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경영 쇄신을 다짐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날 전영현 부회장은 “엄중한 상황을 재도약 계기로 만들겠다”며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신뢰와 소통의 조직 문화 재건 등 3가지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은 누구보다 삼성전자 임직원이 잘 알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실로 막대하다. 전체 제조업 매출의 10%, 수출의 20%가 삼성전자 몫이다. 최근 주가 하락에도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하던 인텔도 애플의 아이폰용 칩 생산 요구를 거절하는 등 시장 흐름을 읽는 데 실패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했다.
삼성전자가 특유의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바란다. 단기적으로는 5세대 HBM 납품 지연 등을 해결하고, 조직문화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로 일터에 활기를 불어넣고 중·장기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도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지원해야 한다. 다만 삼성전자 실적과 반도체 경기에 나라 경제가 요동치는 일이 없게 다른 산업 분야도 키워 삼성전자와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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