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도 올해 성장률 높였지만
'단기처방' 인식에 내년은 유지
"공급 넘어 수요로 흘러가야"
지난 8일 중국 장쑤성 난징의 증권회사에서 투자자들이 시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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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불황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가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공개한 가운데 시장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의 원인이 소비 위축이라고 지적하면서 단기적인 부양책보다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장기적인 성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은행(WB) 역시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높였지만 내년에는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치중해 있다는 분석이다.
■기대에 못 미친 中부양책
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각각 6.62%, 8.15%씩 폭락하며 장을 마쳤다. 해당 지수들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기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p 내려 시중에 1조위안(약 19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2%p, 0.5%p씩 낮추는 등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상하이 지수와 선전 지수는 해당 발표 이후 각각 10거래일, 6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이달 1~7일 국경절 휴장에 들어갔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정부에서 8일 추가 부양책을 내놓으면 주가가 더욱 오른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두 지수는 8일 개장과 동시에 각각 약 10%, 13%씩 급등했다.
8일 중국 국무원 산하 거시경제 관리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통화 정책에 이어 정부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발개위는 정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5% 안팎)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올해 안에 내년 예산 1000억위안을 조기 집행한다고 알렸다. 동시에 1000억위안 규모의 건설 사업을 추가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투자자들은 발개위 발표에 실망했다. 상하이 지수와 선전 지수는 발표 직후 오름세가 꺾이면서 8일 각각 4.59%, 8.89%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같은날 항셍지수는 9.41% 폭락하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일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4조위안의 국채를 발행해 경기 부양에 나선 만큼 이번에는 10조위안의 국채 발행을 기대했다. 8일 발표에는 2000억위안(약 38조원) 재정 투입 외에 파격적인 부양책이 보이지 않았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가베칼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 중국 조사 부국장은 "정책 입안자들이 아직 안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며칠 동안 시장이 폭락하면 그 때서야 그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 효과… 결국 '소비' 자극해야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8일(현지시간) 동아시아·태평양 경제 보고서를 수정하면서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4.8%로 상향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4.5%)보다 0.3%p 올라간 수치다. 다국적 금융기관 가운데 올해 9월 말 이후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반영해 GDP 전망치를 상향한 기관은 WB가 처음이다. WB는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아 투자 심리를 끌어 올리면서 증시를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WB는 올해 전망치를 상향했지만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4.3%로 유지했다. WB의 아디티야 마투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일 CNBC에 출연해 소비심리 위축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이 이번 부양책으로 임금·부동산 수입 감소, 질병·노화·실업에 대한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의 제임스 설리번 아시아·태평양 증권 조사 대표는 이달 초 CNBC를 통해 "중국의 부양책이 공급 부문에만 작동할 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수요에 흘러들 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WB는 중국 경제가 바뀌기 위해 경쟁 확대, 사회기반시설 개선, 교육 개혁 등 혁신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투는 이번 부양책이 중국의 장기 성장에 필요한 심층적인 개혁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주변국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WB는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GDP 성장률이 올해 4.7%로 추정되며 내년에 4.9%로 오른다고 예상했다. WB는 과거 30년에 걸쳐 중국의 성장에 혜택을 입었던 주변국들이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갖춰야 한다며 "중국 경제에 따른 추진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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