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대책 점검 도입, 안전 감독은 줄여
산재 피해는 제도 개편 후 오히려 증가
"자율 예방만 늘리다간 큰 사고" 비판
지난해 정부의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을 받은 사업장 1만2,137곳 중 1,470곳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가 기업의 자율적인 산업재해 예방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위험성평가 특화점검(특화점검)' 제도를 도입했지만, 점검을 받은 사업장 10곳 중 1곳 이상에서 재해가 발생하면서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특화점검을 실시한 사업장 1만2,137곳 중 1,470곳(12.1%)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사망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도 14곳이나 됐다.
지난해 도입된 특화점검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작업장의 위험·위해 요인을 발굴하고 산업재해 예방 대책을 수립하는 제도다. 특화점검은 기업이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시행했는지, 그에 따른 산재 예방책은 제대로 세웠는지 노동당국이 지도·감독하는 제도다. 기존 산업안전보건 감독(일반감독 및 특별감독)이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초점을 뒀다면, 특화점검은 기업의 자체적인 산재 예방 체계를 점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는 기업의 자율적 노력이 산재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판단, 특화점검을 도입하면서 일반·특별 감독 비중을 크게 줄였다. 2022년 정기·수시·특별감독 2만2,635건을 실시했던 정부는 지난해에는 특화점검을 1만2,469건 시행하면서 일반·특별감독은 1만4,029건으로 줄였다. 올해 8월까지는 특화점검 6,613건, 일반·특별감독 7,969건을 실시했다.
하지만 2022년 13만348명이던 산업재해 피해자는 지난해 13만6,796명으로 1년 새 6,448명(4.9%) 증가, 특화점검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용우 의원은 "산업재해 위험요인에 대한 자기 규율 능력이 부족한 사업장은 지원과 제재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는 기존 안전감독을 대폭 줄여가면서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을 늘렸다"며 "자율만 강조하다간 더 큰 재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특화점검과 기존 안전보건 감독을 함께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특화점검을 통해 산재 예방 대책과 함께 산안법 위반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운수업 등에서 산재 적용 범위가 넓어져 산재 건수는 늘었지만 산재 사망 만인률(만 명당 사망률)은 떨어졌다"며 "정부 정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