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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멧돼지 대신 사람 쐈다…엽사 '오인 사격' 반복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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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멧돼지. 사진 부산경찰청



멧돼지 등 야생동물 포획 포상금제가 도입된 이후 엽사들이 크게 늘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 부실로 인해 오인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엽사들이 필요하지만 허술한 면허 발급과 느슨한 운영 등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찰과 연천군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경기 연천군에서 40대 남성 엽사 A씨가 동료 엽사의 총에 맞아 숨진 사고는 안전 장비 미비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본인들을 식별할 수 있는 형광 안전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채 어두운 밤 열화상카메라에만 의존했다.

열화상카메라가 작동하자 엽사들은 차에서 내려 방아쇠를 당겼지만 멧돼지가 아닌 A씨가 맞았다. 또 애초 멧돼지 출몰 신고를 받고 포획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발적인 포획 활동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천군 유해 조수 구제단 소속인 이들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파출소에서 총기를 출고하면 야간시간대에 자유롭게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어두워서 실수한 거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가 실수로 사람을 총격한 사고는 지난 7월 경북 영주시와 강원 횡성군에서도 발생했다. 영주에서는 밭일하던 50대 여성이 숨졌고, 횡성에서는 엽사인 50대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 두 사고 모두 늦은 시간에 발생했으며 이들에게 총을 쏜 엽사들은 "멧돼지로 오인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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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사진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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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수렵용 총기 사고는 2018∼2022년 5년 동안 40건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58건)의 69%를 차지한다. 수렵용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1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인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자 업계에선 포상금제에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멧돼지 포획 시 마리당 20만원을 주는 포상금제가 2019년 말 도입된 이후 엽사들이 많아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18년 1만5000여명이었던 수렵면허 1종 소지자는 지난해 말 3만1337명으로 증가했다.

정부 포상금 20만원 외에 지방자치단체도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별도 포상금을 주고 있어 과거 포상금이 없던 시절 신고를 받아야 출동하던 엽사들이 이제는 자발적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포획물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포상금을 나눠 갖는 팀도 많아졌다는 게 엽사들 전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엽사에 대한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천 사고 당시 엽사들은 연천군과 해당 마을에 보고 하지 않고 총기를 출고해 포획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천군 관계자는 "6개 단체, 엽사 39명이 연천군의 허가를 받아 구제단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포획에 나서기 전 보고하지는 않고 포획 후 활동 일지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보고가 이뤄지고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문자 메시지 등이 발송되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전한 야간 포획을 위해서는 형광조끼, 랜턴 등 보호장구와 열화상카메라를 써야 하지만 이 또한 의무 사항은 아니다.

수렵 면허를 좀 더 까다롭게 발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제도에서는 필기시험 60점 이상만 받으면 4시간의 클레이 사격 강습과 정신·신체 진단서를 제출해 1종 수렵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야생동물 특성에 맞춘 사격 실기 시험이나 수렵 현장에서 사용되는 보호장구와 열화상 카메라 조작법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는 "야간에 저가형 열화상카메라에만 의존하다 빨간 물체만 보이면 방아쇠를 당겨 종종 사고로 이어진다"며 "수렵면허 취득 자격요건도 높이고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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