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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반성문'까지…삼성전자 '나홀로 겨울'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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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문 조직 개편·조직문화 쇄신 작업 나설 듯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가 올해 3분기 부진한 성적표와 함께 반도체 사업 수장의 '반성문'까지 내놓은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그만큼 삼성전자가 현재 처한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등으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며 주가도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자 위기 극복 의지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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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조만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조직 문화 쇄신 등에 나설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거나 조직간 소통의 벽이 높다는 점이 '삼성 반도체 위기'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돼 온 만큼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 조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S 부문이 그간 삼성 반도체 사업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롭게 만들기로 한 것도 분위기 쇄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연말 인사에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전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9조1천억원으로 이미 낮아진 시장 기대치에도 못 미치며 그간의 우려를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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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지난 5월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전날 잠정 실적 발표 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별도의 사과 메시지를 냈다.

3분기 실적 부진의 책임이 반도체 부문에 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DS 부문 영업이익을 5조3천억원 안팎으로 예상했던 증권가는 잠정 실적 발표 이후 4조∼4조4천억원 수준으로 재차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에도 밀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1곳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6조8천101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 영업이익 차가 2조원 이상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며 "5세대 HBM인 HBM3E의 엔비디아 승인 지연,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 부진한 3분기 실적에 주가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메모리 시장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인공지능(AI)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만 견조하게 유지되며 메모리 양극화 추세가 심화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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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 D램이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으로 주춤한 반면, HBM 시장에서는 아직 '큰 손 고객'인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며 이미 SK하이닉스에 내준 주도권을 좀처럼 뺏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이 저조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방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최대인데 영업이익이 안 좋다는 것은 영양가 없는 제품을 밀어내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실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HBM3E 제품의 퀄 통과와 납품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전날 실적 참고 자료에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며 사실상 처음으로 HBM 사업 지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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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잠정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필리핀 현지에서 로이터통신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을) 분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며 비메모리 사업 성장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도 사업 부진에 따른 위기론을 일축하고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취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 부회장이 사과 메시지와 함께 ▲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등의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가 급락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재 삼성전자에 '애니콜 화형식'과 같은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995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시에 따라 시중에 판매된 무선전화 15만대를 전량 회수해 삼성전자 구미공장 운동장에 쌓은 뒤 임직원 2천여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를 산산조각 내고 화형식을 치렀다.

무선전화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은 데 따른 조치로, 당시 잿더미로 변한 무선전화는 150억원어치 분량이었다. 이는 애니콜과 갤럭시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신화의 밑거름이 된 대표적인 일화로 꼽힌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가 과감히 옴니아를 단종시키고 갤럭시 S시리즈를 내놓거나 2016년 배터리 결함이 발견된 갤럭시노트7에 대해 250만대 전량 리콜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한 점 등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사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역사는 한 마디로 위기 극복의 역사"라며 "'애니콜 화형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한단계 성장했듯 이번 위기도 특유의 저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위기마다 보여준 삼성전자의 저력이 아직까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HBM4에서 반전을 시도하는 등 시장에 삼성 특유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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