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대통령과 텔레그램 그냥 주고받고
金여사와 한 달에 한두 번 수시로 통화”
대통령실 “尹, 대선경선 이후 소통 안 해”
야권선 “천공 능가하는 비선 실세” 맹공
이준석 “모든 수단 통해 거짓 입증” 경고
한동훈 “정치권 전반 국민들 불신 커져”
김영선 前의원의 창원 변호사 사무실
명씨 운영 여론조사업체와 같은 주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취임 전 자택에서 명씨와 두 차례 만난 적 있지만 취임 이후에는 소통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서는 연일 공개되는 명씨의 발언을 고리로 “천공을 능가하는 비선 실세”라며 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 열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명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출석을 요구했지만 명씨는 ‘검찰 수사’를 이유로 불출석 이유서를 제출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명태균씨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왼쪽은 명씨가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시사경남’에서 편집국장으로 근무했던 강혜경씨다. 명태균씨 페이스북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명씨는 이날 보도된 JTBC 인터뷰에서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며 “입 열면 진짜 뒤집히지”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때 내가 했던 일들이 있어. 나오면 다 자빠질 건데”라고도 했다. 검찰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한 구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지겠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명씨와 소통한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명씨는 “대통령하고 그냥 주고받고 주고받고 텔레하고 (김 여사와) 수시로 통화했다, 한 달에 한두 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채널A는 전날 명씨가 제공한 텔레그램 캡처본이라며 김 여사와 나눈 대화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 대화 시점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9월이었다. 여기서 김 여사는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불참하려던 이유가 명태균 조언 때문이라는 소문이 돈다”는 시중 첩보를 전달했고, 이에 명씨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엄벌하라”고 회신했다.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명씨가 4·10 총선 국면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단수 공천을 요구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아홉 차례 보냈고 김 여사가 “단수는 나 역시 좋다”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한 차례 답장한 사실이 JTBC 보도로 공개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취임 전 명씨와 만난 구체적 시점을 밝히면서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이 명씨와 소통한 적 없단 걸 재차 강조했다. 다만 김 여사와 명씨 간의 소통 부분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며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실 측 입장과 관련해 “‘이후 소통을 끊어요? 이것도 확인해볼까요?”란 글을 게재한 데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추정되는 고위관계자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겠냐. 다시 대통령께 확인하고 언론에 응대하시라. 추후에 거짓이 다시 나오면 가진 모든 수단을 통해 거짓을 입증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관련 논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명모씨와 관련한 일들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구태정치를 극복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의 출발”이라고 적었다.
야권의 공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감 대책회의에서 “뛰는 천공 위에 나는 명태균이냐”라며 “요즘 ‘김건희는 정권 실세, 명태균은 비선 실세’라는 말이 돌아다닌다”고 비판했다.
한편 명씨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 당사자인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에 낸 변호사 사무실 주소지가 명씨가 사실상 운영해온 여론조사업체와 같았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2020년 1월 창원시 진해구에 법무법인 ‘선택’을 설립하고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김 전 의원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창원진해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경선에서 떨어졌다. ‘선택’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2020년 7월 주소지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 한 빌딩 3층으로 돼있다. 이 주소지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명씨가 사실상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와 같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의 소장 명함을 보면 김 전 의원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로 돼 있다. 김씨는 명씨가 사실상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인터넷신문·인터넷방송·여론조사업체인 ‘시사경남’의 보도국장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김씨는 김 전 의원의 친척이면서 김 전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또 다른 법무법인 ‘한사랑’ 법무실장, 김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김영선 의원과 김 보좌관, 그리고 명태균씨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우석·박지원 기자, 창원=강승우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