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만 1조원 이상 적자 추정, TSMC와 격차도 더 벌어져
한때 ‘분사설’까지 제기되기도…안팎서 “총체적 전략 점검 필요”
삼성전자가 최근 파운드리 주문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가동률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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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고전을 하고 있다. 수율(양품 비율) 관리와 대형 고객사 확보 등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삼성전자가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파운드리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아픈 손가락’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8일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영업이익 10조원)에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사업의 성장이 유독 더디다. 해당 사업 부문은 총 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2017년 독자 사업부로 출범시킨 뒤 비메모리 분야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며 투자를 집중해왔다. 현재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파운드리 매출은 20%가량을 차지한다. 물론 아직 자사 설계조직인 시스템LSI 사업부의 주문 물량이 절반가량을 차지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확보하는 창구 노릇을 해왔다.
문제는 적자다.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약 2조94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가운데 2조원이 파운드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파운드리는 올 상반기에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사와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제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5나노미터 공정부터 조금씩 TSMC와 격차가 벌어지더니 3나노 공정에서는 대형 팹리스 고객사들을 대거 빼앗겼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애플·AMD·퀄컴 등이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주문을 TSMC의 3나노 공정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 파운드리에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주문을 맡겨왔던 구글도 차세대 AP는 TSMC 공정을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50.8%포인트다. 2019년 1분기만 해도 두 회사의 격차는 29%포인트 수준이었는데 5년 만에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낮은 수율이 문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22년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적용해 양산을 시작했다.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감싼 GAA는 기존의 핀펫(FinFET) 구조보다 전력 효율과 성능이 뛰어나다.
고성능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회로 패턴을 미세화해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 숫자를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과 불량을 잡고 수율을 높이는 게 파운드리 경쟁력의 관건이지만,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수율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심지어 불안정한 성능 때문에 해당 공정으로 만드는 첫 제품인 자사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마저도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5 탑재 여부가 불투명하다.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물량을 TSMC가 독점하며 적자가 지속되자 선단 공정에서의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파운드리까지 모두 포괄하는 복합 공장으로 설계한 평택 4공장(P4) 또한 D램 생산라인 위주로 운영하는 방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강성철 울산과학기술원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에 집중하면서 계획된 (파운드리) 투자를 홀딩하고 있는 것”이라며 “HBM도 이미 뒤처진 5세대가 아닌 6세대 ‘HBM4’에 집중하는 것처럼, 파운드리 또한 3나노가 아닌 2나노 이하 공정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체적인 전략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각 부서가 개별적 성과에 몰두하면서 데이터 분석·실험 결과 공유 등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핀펫 구조의 스케일링 다운(미세화) 수율이 별로 좋지 않은 데다, 3나노 이하급에서 GAA로 전환하면서 핀펫의 노하우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또한 연구·개발(R&D) 팹(공장)에서의 노하우를 양산 단계에서 활용하는 채널도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 문화도 도마에 오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놓고 파는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주문 후 제작이 기본이기 때문에 ‘고객’이 항상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TSMC는 ‘간이라도 빼줄 기세로’ 지난 30년 동안 고객 중심으로 모든 게 움직여왔으나 삼성전자는 조직문화 변화가 더뎌 고객 대응이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가 삼성전자에서 떨어져 나와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분사하면 스마트폰과 설계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삼성전자에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잠재 고객들의 우려도 잠재울 수 있다. 지난달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분리를 선언하면서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메모리·파운드·패키징을 일괄 제공하는 ‘턴키 솔루션’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 만큼, 분사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권 교수는 “큰 고객사가 2군데 이상, 그리고 제품 종류도 5개 이상으로 확대돼야 고객사들에 삼성이 파운드리를 진지하게 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라인 규모나 장비 반입은 충분한 상황이다. 기술력 문제가 해결되면 2026~2027년부터 조금씩 가동률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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