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 ‘경쟁력 부족’ 인정
연말 인사 앞당겨 대대적 쇄신 전망
R&D 투자·인수합병 등 가능성도
이재용 “파운드리 사업 성장 갈망”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증권가 전망치를 하회하는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외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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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DS부문장) 부회장이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주주에게 사과한 것은 이번 위기가 반도체 부문에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성과급,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영향도 있지만 핵심은 반도체 사업 ‘경쟁력 부족’에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가전·모바일 사업부를 이끄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문제는 4분기 반도체 사업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이다. 3분기 반도체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스마트폰·PC 판매 저조에 따른 범용 D램 판매 부진과 함께 기대대로 HBM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혹은 지난 3분기까지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가 통과돼 HBM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면 D램 판매 부진을 상쇄했을 수도 있다. 시장은 삼성전자 HBM 사업이 연말에도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통과하더라도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는 것은 내년부터 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 3월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 양산까지 시작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다. 여기에 TSMC도 쫓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당분간 적자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시장의 기대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혁신으로 쏠린다. 전 부회장은 부진한 실적에 대해 사과하면서 현재 당면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동시에 연말 인사에서도 쇄신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경영진 변화를 최소화한 만큼 올해는 대대적인 변화가 점쳐진다. 삼성전자 인사는 통상 12월에 이뤄지는데 당시에도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조기인사라는 시각이 있었다.
회사 인사를 담당하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에서는 이미 연말 대규모 인적 쇄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이 지지부진한 파운드리(위탁생산)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 중인 이 회장은 지난 7일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 부진과 관련해 “(두 사업부의) 분사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파운드리 등) 사업의 성장을 갈망(hungry)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민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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