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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고려아연 ‘쩐의 전쟁’ 격화에, 금감원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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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공개매수 경쟁 주주가치 훼손”

‘풍문 유포’ 등 부당행위 강력 경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대해 즉각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치열하게 대립하며 시장까지 출렁거리자 당국이 개입에 나선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상대 측 공개 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풍문 유포 행위와 주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 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 원장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 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개 매수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이 이 원장의 지시에 따라 고려아연 공개 매수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관련 종목 주가도 내림세를 보였다. 고려아연 주가는 77만6000원으로 전일보다 0.51% 내렸으며 영풍정밀 주가도 2.59% 하락한 3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 진흙탕 싸움에 주가 급락 우려… 소비자경보 발령

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

75년 동업을 이어 온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공개매수 경쟁으로 이어진 건 지난달 12일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최대 주주 계약을 맺으면서다. 영풍 측은 바로 다음 날부터 주당 66만 원에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는 동시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도록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50만 원대였던 고려아연 주가가 70만 원대로 급등하자 영풍 측은 그 2주 뒤인 26일, 공개매수가를 75만 원으로 높였다.

10월로 넘어오면서 고려아연의 맞대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정밀 공개매수 공고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2일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같은 날 법원이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1주당 매수 가격은 83만 원이었다.

이에 영풍-MBK 연합도 대응에 나섰다. 1차 공개매수 거래 마감일인 4일 기존 75만 원이던 공개매수가를 83만 원으로 인상하며 고려아연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에 나섰다.

양측은 또 고려아연 지분 1.85%를 쥐고 있어 이번 경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공개매수가를 똑같이 3만 원으로 내걸며 지분 확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지분 확보를 위한 ‘쩐의 전쟁’이 이어지면서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 조 단위의 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어느 쪽이 지분 경쟁에서 승리하든 과도한 지출로 인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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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영풍과 MBK가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12일(55만6000원) 대비 39.6%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풍정밀 주가도 9370원에서 3만3800원으로 급등했다.

시장 과열에 따른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자 8일 금융감독원은 공개매수와 관련한 소비자 경보도 발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공개매수의 경우 양측의 합의 등 분쟁 종료 상황이 발생하면 공개매수 기간 중이라도 주가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풍문이나 루머에 현혹되지 말고 공시자료 등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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