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12월 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69% 오른 배럴 당 80.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 당 8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8월 26일(81.43달러)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김주원 기자 |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3.71% 상승한 배럴 당 77.14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5거래일간 WTI 가격 상승률은 13.2%에 이른다. 5거래일 상승률은 2년 만에 가장 높다.
중동 지역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튀어 올랐다. 특히 미국 반대에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 시설을 타격할 것이란 전망이 국제유가 급등에 불을 지폈다. 이 관측이 실현되면, 이란이 중동 원유 수출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 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폭격하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허리케인 ‘밀턴’이 멕시코만과 플로리다 지역의 정유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유가 상승세를 더 자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허리케인 밀턴 영향으로 해양 시추시설 가동이 멈춘 데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폭격할 것이라는 소식에 (유가) 상승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은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에 원유시설이 파괴되면 국제유가는 뛸 수밖에 없다”며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 배럴 감소한다면 유가는 배럴당 약 20달러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들썩이는 국제유가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통화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도 물가 관리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실제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전달 대비 25만4000명 증가하며 예상치(14만명)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뛰고, 예상보다 탄탄한 고용시장에 미국 경제의 ‘노랜딩(고금리 정책에도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것)’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어서다. 7일(현지시간)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6%포인트 오른(채권값 하락) 4.03%에 거래됐다. 4%선을 뚫은 것은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준비 중인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에 그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일단 키웠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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