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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반려동물 보유세에 찬성하는 이유 [2030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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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서울 청계천 산책로에 반려견 출입이 시범 허용된 지난 9월 30일 시민들이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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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겪어봐야 아는 것들이 많습니다. 밥벌이는 어렵고 돈을 모으는 일은 갑절로 힘듭니다. 대학이 전부가 아니며 취업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보면 너무나 귀엽고 예쁘지만 직접 키워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보입니다. 키우기 전엔 가축이고, 키우면 가족입니다. 삶의 축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저와 사는 이 사랑스러운 친구는 제가 없으면 밥도 못 먹고,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산책도 어려우며, 혼자 병원에도 가지 못합니다. 이 친구를 돌보기 위해 저는 저녁 약속을 줄이고, 매일 밤 산책을 나섭니다. 삶의 축을 나에게서 너로 옮기는 일은 가족이 아니고서야 불가합니다.

책임감은 무거워지고 인내심도 커집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갑니다. 배변 패드부터 사료, 그리고 갑작스레 발생하는 병원비까지 생각하면 제게 쓰는 비용보다 갑절이 들어갑니다. 돈과 시간 그리고 마음이 쓰이다 보니 책임감도 무거워집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이 악물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만큼 타인의 시선도 예민하게 받아들입니다. 내 강아지는 내 눈에만 사랑스럽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 강아지를 배려하거나 예쁘게 봐줄 의무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방어 육견'을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짖지 않도록 유의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 강아지와의 거리를 유지합니다. "내 강아지는 안 물어요"라는 말만큼 불안한 약속이 없습니다. 나와 내 강아지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라도 만에 하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반려동물 키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절반 넘는 국민이 아파트에 살고, 평지 공원의 비율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산업은 기형적으로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반려인 인구는 1,262만 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도 많습니다. 유기 동물이 그 예시입니다. 2022년 기준 한 해 유기 동물은 11만 마리에 달하며 이 중 17%가량은 결국 새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안락사당합니다.

반려동물 문제는 사람 때문에 발생합니다. 여전히 목줄 없이 산책하거나 반려동물의 용변을 치우지 않는 견주도 많습니다.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늙자마자 유기하는 견주도 있습니다. 지독한 '내 새끼 이기주의'에 빠져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몰염치와 책임감이 없어 동물을 유기하는 비양심에 동물들은 관련이 없습니다.

국가 역시 방조했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강아지에 국한돼 있으며 반려인 관련 교육은 전무합니다. 유기 동물 문제는 10년 전부터 제기됐으나 누구 하나 본격적으로 해결하고자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양산업인 개고기 관련 금지법을 발의하고 집행하는 것은 생색내기입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이 세금을 환영합니다. 반려동물 문제는 세금을 통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에 제도 개혁을 요구할 수 있고, 예비 반려인에게 더 큰 책임감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세금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유세는 다릅니다.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반려동물의 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입장료이자 충분히 가치 있는 자격증입니다.
한국일보

구현모 뉴스레터 어거스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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