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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앵커칼럼 오늘] 퇴임 대통령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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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한테 해줄 게 없어. 넌 대통령의 딸이잖아."

사랑하는 남자에게 대통령의 딸이 하소연합니다.

"모든 걸 잊어버리고 지금 여기 있는 나만 생각해."

평범한 삶에 목말라합니다.

"내 소원은 소형차를 스스로 운전하며 대학에 다니는 것뿐이야."

앤드루 존슨 대통령의 두 딸은 운명에 순응했습니다.

맏딸은 판사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다 백악관에 들어갔습니다. 늘 아팠던 어머니 대신 살림을 도맡아 억척스럽게 해냈습니다.

둘째는 남북전쟁에서 남편을 여의고 재혼했지만 사이가 나빴습니다. 헤어지지 못하다 아버지가 퇴임한 뒤에야 이혼했습니다.

레이건 딸은 아버지에 반발해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을 썼습니다.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 누드 사진을 싣기도 했지요.

'아들 부시'의 쌍둥이 딸은 공화당적을 거부했습니다. 동생은 민주당 클린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문다혜 씨가 만취해 운전하다 사고를 내 입길에 오르내립니다. 사고 경위부터 술 마신 행적, 비틀거리는 걸음까지 세세한 영상이 잇따릅니다.

조금 과하다 싶지만 퇴임 대통령 딸인 데다 수사 받는 처지여서 관심을 피하기 어렵겠습니다.

문 전 대통령도 '살인 행위' 라고 했듯 음주운전은 합리화될 수 없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대통령이던 시절에도 그런대로 사생활을 지켰습니다. 자녀를 데리고 청와대에 살 때도 정치권과 언론은 알은 척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 이었을 테니까요.

그가 처음 대중 앞에 선 곳이 아버지의 대선 전날 광화문 유세장 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선 직후 정의당에 가입했습니다. 홀로 서려는 몸짓이었을까요.

그는 양산에 함께 살면서 SNS를 열어 공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닉네임 '이름 없는 꽃'과 함께 내걸었지요. 하지만 주변에서 반대했던 수익성 책방과 굿즈 사업에 앞장섰습니다.

수사가 시작되자 말도 거칠어졌습니다.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그렇게 다른 대통령 가족과 자식들처럼 뉴스 한복판에 섰습니다.

애초에 홀로 서지 못하고 부모 그늘에 머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이름 없는 꽃' 으로 살기엔 너무 멀리 왔습니다.

10월 8일 앵커칼럼 오늘 '퇴임 대통령의 딸'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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