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9 (수)

새 블루오션 ‘지속가능항공유’를 아시나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GS칼텍스가 일본에 첫 수출했다는데…


국내 정유업체 GS칼텍스가 일본에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를 처음 수출하면서 지속가능항공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도 지속가능항공유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면서 SAF가 정유업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매경이코노미

대한항공 항공기에 급유되는 GS칼텍스의 지속가능항공유(SAF). (대한항공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항공유는 무엇

탄소 배출량 80% 감축

지속가능항공유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이나 대기 중에서 포집한 탄소 등을 이용해 생산한 친환경 대체 연료다.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줄이는 효과를 낸다.

기존 항공유와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같아 별도의 항공기 개조 없이 기존 항공유에 섞어도 무방하다. 현재 기술로는 지속가능항공유를 전체 항공유의 50%까지 섞어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탈탄소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선진국들은 서둘러 지속가능항공유를 도입하는 분위기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글로벌 탄소 감축을 위해 2027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 도입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EU 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최소 2%의 지속가능항공유를 의무 혼합하는 ‘리퓨얼(Refuel) EU’ 정책을 발표했다. 2050년에는 지속가능항공유를 전체 항공유의 70%까지 의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항공유 수입국인 미국도 ‘SAF 그랜드 챌린지(SAF Grand Challenge)’ 정책을 통해 2050년까지 미국 항공유 수요의 100%를 지속가능항공유로 충당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밝혔다. 일본 역시 2030년 기준 일본 항공사 연료 소비량의 10%를 지속가능항공유로 대체하는 의무 규정을 세웠다.

한국 정부도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지속가능항공유 1% 혼합 급유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30일부터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지속가능항공유를 활용한 국제 노선 정기 운항을 시작했다. 지난해 지속가능항공유 혼합유를 급유한 국내 화물기가 6차례 시범 운항했는데, 승객을 태운 여객기가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은 국제민간항공기구 누리집에 ‘세계 20번째 SAF 급유 국가’로 등재됐다.

대한항공의 인천발 일본 도쿄 하네다행 노선 항공편을 시작으로 티웨이항공(인천∼구마모토), 아시아나항공(인천∼하네다), 이스타항공(인천∼간사이), 제주항공(인천∼후쿠오카), 진에어(인천∼기타큐슈)가 올 4분기까지 순차적으로 지속가능항공유 급유를 시작한다. 이들 항공사는 지속가능항공유가 1% 혼합된 연료를 주 1회 급유해 운항한다. 추후 중장거리 노선으로 지속가능항공유 사용 범위를 점차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속가능항공유 시장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글로벌 지속가능항공유 수요는 2022년 24만t에서 2030년 1835만t으로 70배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지속가능항공유 시장 규모가 2021년 1조원에서 2027년 28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지속가능항공유 시장이 성장한다면서 정유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GS칼텍스는 최근 일본 나리타 공항에 약 5000㎘ 규모 지속가능항공유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바이오 연료 생산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의 100% 지속가능항공유를 공급받아 30% 이상 순도 지속가능항공유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이 제품은 일본 대형 상사인 이토추상사를 통해 나리타 공항에 판매한다.

이번에 수출한 지속가능항공유는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인정받은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지속가능항공유를 국내 정유사 중에서 상업 규모로 판매한 첫 사례다. 향후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ANA), 일본항공(JAL) 등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승훈 GS칼텍스 S&T본부장은 “글로벌 항공업계 탈탄소 동향을 파악해 한국과 일본 정부 지원, 각 사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향후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도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항공유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나선다. SK에너지의 지속가능항공유 전용 생산라인은 코프로세싱(Co-Processing·공동처리) 방식으로 생산된다.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석유 원료와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 연료를 동시에 넣어 석유제품과 저탄소제품을 만든다. 바이오 원료 저장 탱크에 5㎞ 길이 전용 배관을 설치해 상시적으로 바이오 연료를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연속적인 지속가능항공유 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SK에너지는 지속가능항공유 사업 확대를 위한 원료 수급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안정적인 바이오 연료 확보를 위해 폐자원 기반 원료 업체 대경오앤티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이퓨얼 전문기업 인피니움과 공동으로 그린수소,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이퓨얼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은 뒤 이산화탄소 등과 혼합해 만든 친환경 합성연료다. SK에너지는 내년 초부터 대한항공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를 공급할 예정이다.

홍광표 SK에너지 전략운영본부장은 “코프로세싱 방식을 통해 지속가능항공유를 연속 생산하는 국내 첫 사례로 항공사에서 지속가능항공유가 필요할 때 즉각 공급이 가능하다. 향후 국내외 지속가능항공유 정책, 수요 변동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생산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 6월 국내 최초로 ISCC EU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항공유를 일본에 수출했다. 일본 ANA항공에서 사용되는 지속가능항공유를 일본 트레이딩회사 마루베니를 통해 공급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항공유를 생산한다.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을 활용한 바이오항공유, 지속가능항공유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다.

매경이코노미

변수도 만만찮아

항공권 가격 부담 커질 수도

지속가능항공유 시장이 커지지만 변수도 있다. 지속가능항공유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항공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항공유 단가가 일반 항공유보다 2.5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생산비가 높고 재료 수급이 어려워 대량생산도 힘들다.

항공유는 항공사 매출원가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 항공유 비용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운임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IATA는 각국 정부 친환경 정책으로 지속가능항공유 사용이 확대되면서 향후 10~15년간 국제 항공요금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례로 독일 루프트한자그룹은 내년부터 EU 회원국과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에 최대 72유로(약 10만6000원) 요금을 추가로 부과할 예정이다. 에어프랑스-KLM그룹도 프랑스가 지속가능항공유 도입을 의무화하면서 항공기 티켓에 최대 12유로(약 1만8000원) 요금을 추가했다. 항공권 가격 인상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항공탄소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거나 공항시설 사용료를 인하하는 등 티켓 가격에 포함된 다른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