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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정근식 “AI 교과서, 검증이 우선”…조전혁 “진단평가, 줄세우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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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윤호상·정근식·조전혁·최보선 후보(가나다 순) 등 4명이 출마했다. 현재까지 판세는 단일화를 이룬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와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의 양강 구도로 좁혀진 것으로 평가된다.

진단평가 도입, 학생인권조례 및 혁신학교 폐지 등을 놓고 양쪽 진영의 입장은 선명하게 대비된다. 진보 진영은 조희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계승하되 기초학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보수 진영은 지난 10년의 서울 교육을 ‘실패’로 규정하고 초등학교 진단평가 실시 및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 후보와 조 후보를 지난 7일과 4일 각각 선거캠프에서 만나 주요 공약과 교육 철학에 대해 물었다.


경향신문

진보 진영의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선거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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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 단일 후보 정근식
다문화 학생 등 기초학력 보장할 것
혁신학교, 미래 교육 모델로 의의
교권 보호 위해 학교장 재량 확대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는 이번 선거를 “미래와 과거, 상식과 비상식”의 구도로 정의하고 “국가나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지원해주는 교육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서울시교육청 역사위원회 설립,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등을 공약했다.

- 기초학력 보장이 공약 1순위다.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진단에 동의하나.

“전국적으로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다. 기저에는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며 문해력이 떨어지는 등 인구 효과가 작용하는 것 같다. 학년별, 과목별로 기초학력 수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하겠다. 학생 개인에 대한 학습 진단, 맞춤형 컨설팅, 피드백이 연계된 서울형 학습나침반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 교육감이 되면 친일 기술 논란이 벌어진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를 교육부에 요구할 것인가.

“민감한 사안이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교육감이 일률적으로 검정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지는 더 생각해보겠다. 학교마다 교과서를 채택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서 월권 행위일 수도 있다.”

-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막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발의된 학생인권법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교권 문제와 연결돼 있어 학생인권법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조금 더 생각 중이다. (학생인권법에) 오히려 선생님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교권과 학생인권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교실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교권보호법이 실질적 효과가 없는 것은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중재 이전에 수사나 조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교권보호법이 실효적으로 되려면 교육적 조치로 학교장이나 교육감이 중재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져야 한다.”

- 혁신학교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혁신학교는 학생들의 창의적 능력,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려는 학교다. 미래형 교육 모델에 더 가깝다. 다만 학생이나 학부모의 수요가 있을 때 늘릴 수 있다. 교육감이 마음대로 혁신학교 만들어라 이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 자사고, 특목고에 대한 입장은.

“그 문제는 현행대로 하기로 논쟁이 어느 정도 다 끝나지 않았나. 폐지하거나 더 늘리진 않을 것이다. 다만 과학고는 과도한 의대 쏠림 현상 때문에 원래 설립 취지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생각은.

“유예해야 한다. 1~2년 정도 교육적인 효과를 검증한 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자기주도형 학습에 도움을 주느냐, 안 주느냐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과거 암기식 표준전과형 교과서다’ ‘기존 교과서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경청해야 한다.”

- 조 후보 측에서는 ‘교수 출신이라 유초중등교육을 잘 모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사진 찍더니 어느 날 진보 진영 단일후보가 됐다’고 비판하는데.

“본인은 유초중등교육 출신인가. 사진은 2020년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시절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 때문에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와) 만나 찍은 것이지, 이번 선거 때 찍은 게 아니다. 한마디로 음해다.”

- 민주당 혁신위원장이나 공천관리위원장 후보군에도 늘 거론됐다.

“내가 정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다. 혁신위원장이나 공관위원장으로 거론된 것은 당에서 필요하니까 얘기를 한 것이지, 내가 정치권에 시켜달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정근식에 투표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미래로 나아가고 싶다면 내게 투표해달라.”

경향신문

보수 진영의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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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 단일 후보 조전혁
방과후 선행학습, 사교육 완화 기대
혁신학교 결과 부실…일부만 유지
학생 인권뿐만 아니라 의무도 중요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는 “학생별로 꾸준히 평가·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스스로를 “미래지향적 교육감”이라고 했다. 조 후보는 초등학교 진단평가 및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 실시,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 학생인권조례 및 혁신학교 폐지 등을 공약했다.

- 초등학교 지필평가를 공약했다.

“지필평가가 아니라 진단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진단평가는 줄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영어 읽기는 잘하는데 쓰기는 못하고 수학 응용은 잘하는데 기초개념 이해는 부족하다든지 학생마다 개별화된 진단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이 평가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학생이 성장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안 되고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도 실시하겠다.”

-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 공약을 냈다. 공교육에서 어느 정도로 선행학습을 허용하겠다는 것인가.

“최대 1년까지의 선행학습은 방과후학교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정상화법에서 선행학습을 학교에선 못하게 막아놓으니 그 욕망을 사교육에서 푼다. 교육감이 된다면 국회에 공교육정상화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 방과후학교에 사교육 강사를 데려와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도 가능한가.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공교육 강화는 학교 수업의 질을 높여 그것대로 할 것이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죽겠다 하니 그걸 완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 혁신학교 폐지를 공약한 이유는.

“진보좌파 정책의 의도는 선하지만 결과까지 선하지는 않더라. 혁신학교도 예외 없이 악한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요즘 새로 혁신학교가 지정되면 학부모들이 근조화환을 막 보낸다. 학부모들이 ‘저 학교 가면 공부 안 한다’고 평가한다. 혁신학교에는 연간 예산 5000만~7000만원을 더 지원하는데 낭비하는 학교도 굉장히 많다.”

- 자사고, 특목고 유지하듯이 혁신학교도 유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혁신학교의 장점을 살려서 교육력이 높아진 학교가 있는지 평가해보겠다. 괜찮은 학교는 유지하는 게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학생인권조례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도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학생인권만 강조된 학생인권조례가 그렇게 만들었다. 선생님이 학생을 훈육하면 ‘선생님이 인권을 침해했다’고 학생이 인권옹호관에게 보고한다. 곤욕을 치른 선생님은 그다음부턴 외면한다. 그럼 교실이 붕괴하고 수업이 붕괴한다. 학생들끼리의 권리와 권리가 부딪칠 땐 권위를 가진 선생님이 중재해야 하는데 지금은 법으로 해결하라고 한다. 이게 과연 교육적인가.”

- 제정하겠다고 한 학생권리의무조례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나.

“미국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을 보면 ‘학생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면서도 ‘집회·시위를 하면서 타인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학생으로서 바람직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등 책무도 함께 나열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는 ‘집회·시위에서 유인물을 나눠줄 수 있지만 반드시 사전에 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까지 있다.”

-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 측은 조 후보를 향해 ‘학교폭력 가해자는 후보 자질이 없다’고 비판한다.

“가짜뉴스다. 학교폭력이 아니라 사고였다. 고등학생 때 책상을 복도로 옮기고 있는데 끝까지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던 친구가 있어서 ‘같이 옮기자’고 하자 그 친구가 나한테 막말을 했다. 나도 욱해서 한 대 쳤더니 친구 턱에 금이 갔다. 친구와는 그날 화해했지만 친구 부모님이 전학을 요구해 옮긴 것이다. 벌써 47~48년 전 이야기다.”

- 조전혁에게 투표해야 하는 이유는.

“정 후보는 과거사위원회 활동을 주로 했는데 과거지향적 교육감 아닌가. 나는 미래지향적 교육감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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