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 늘자 산모수첩, 임신확인서 등 요구
대전역 내부에 위치한 성심당에 빵을 사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남해의봄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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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명 빵집 '성심당'에서 임신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기 없이 입장 가능한 '프리패스' 제도를 운영 중인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듯한 정황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신부에게 프리패스 혜택을 제공 중인 성심당 근황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이 게시물들엔 전날 엑스(X)에 올라온 글의 캡처 사진이 담겼다.
"임산부 배지 들고 오는 사기꾼 급증"
한 누리꾼은 전날 X에 "아내가 오늘 성심당에 갔는데, 기존에 임산부 배지를 들고 가면 5% 할인과 줄 프리패스 정책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마자 배지만 구해 들고 오는 사기꾼들이 급증했다고 한다"며 "이번 주부터는 산모수첩도 지참해야 한다고 한다. 성심당 갈 사람들 참고하시라"고 글을 남겼다. 현재 이 글은 비공개된 상태지만, 캡처 사진으로 확산하고 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같은 날 X에 "주말에 성심당에 다녀왔다. 내가 들어갈 때쯤 입구에 딱 봐도 배가 많이 나오고 배지 달고 있는 임신부가 들어오셨는데 직원이 무슨 애플리케이션을 보여달라고 하더라"라며 "조금 놀랐다. 설마 벌써 악용을 하나 싶었는데 진짜 사기꾼들이 있었다"고 글을 남겼다.
임산부 배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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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지는 임신부가 공공장소에 가거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 시 배려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임산부 먼저'라는 문구와 가방 고리 형태로 제작됐다. 다만 배지에 임신 시기 등이 기재돼 있지 않아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배지만 중고 거래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산모수첩(임산부 수첩)은 병원에서 직접 날짜와 임신 주수 등을 기재하기 때문에 실제 임신·출산 여부와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성심당 "최근 규정 변경… 산모수첩 등 있어야"
성심당은 임신 혜택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배지와 함께 산모수첩이나 추가 증빙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심당 측 관계자는 "지점마다 운영하는 방식이 상이한데, 최근 본점은 산모수첩이나 임신확인서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실물로 지참하는 것으로 규정이 변경됐다"며 "(타 매장도) 배가 많이 나왔을 경우 매장 재량에 따라 배지만으로 혜택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해 되도록 산모수첩을 지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의 명물로 통하는 빵집 성심당 본점. 성심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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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얌체족'들을 향한 비판이 일고 있다. 가짜 임신부 행세로 혜택을 보려는 소비자들 때문에 진짜 임신부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이제 임신부들이 임신했다는 걸 증명하려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까", "이러다가 임신부에게 대리 구매 부탁까지 성행하겠다", "산모수첩도 빌려서 쓸 수 있을 텐데, 한 번 악용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겠다", "이러다 임신부 혜택 없어질 수도 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맘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성심당에서 임신부라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고, 5% 할인도 받을 수 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성심당은 대전 은행동 본점, 대전역점, 롯데백화점 대전점, 대전 DCC점 등 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 지점에서 산모수첩 등을 소지하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프리패스와 결제금액의 5%를 할인받는 '예비맘 할인' 제도를 시행 중이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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